[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최근 5년간 성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이 36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위 예방 추진단'을 구성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경찰관 성 비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 비위로 징계 받은 경찰관은 총 369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69명, 2021년 61명이던 경찰관 성 비위는 2022년 79명, 2023년 80명, 2024년 80명으로 최근 3년간 오히려 늘었다.
유형별로는 지난 5년간 성희롱이 193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160명, 성매매는 16명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성매매로 적발돼 징계받은 경찰관이 5명에 달했다.
계급별로는 일선 경찰서 팀장급에 속하는 경위와 경감에서 성 비위 징계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경위는 139명(37.7%)으로 가장 많았고, 경감이 75명(20.3%)으로 뒤를 이었다. 순경 46명(12.4%), 경장 44명(12.0%), 경사 39명(10.6%), 경정 23명(6.2%) 등이었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은 3명(0.8%)이 징계받았다.
경찰 직장 내 성 비위 역시 증가세가 뚜렷했다. 2020년 42명, 2021년 35명, 2022년 53명, 2023년 53명, 2024년 54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 연속 50명을 넘겼다.
경찰청은 사내 성추행, 성폭력, 스토킹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도 증가세다. 2022년 145건에서 2023년 129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50건으로 다시 늘었다.
징계받은 경찰관 중에는 중징계가 301명(81.6%)으로 경징계 68명(18.4%)보다 많았다. 정직이 16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임 78명, 감봉 46명 순이었다. 징계 중 가장 수위가 높은 파면은 37명, 강등과 견책은 각각 22명이었다. 경찰 징계는 중징계인 파면·해임·강등·정직과 경징계인 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경찰관 일탈이 끊이지 않자 경찰청은 지난해 5월30일 비위 예방 추진단까지 발족했지만 최근에도 성 비위가 잇따르는 등 효과는 미미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8일 강제추행 혐의로 A 경사를 체포했다. A 경사는 이날 오전 3시59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모텔에서 채팅앱으로 만난 30대 여성 B 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 삼산경찰서 소속 C 경정도 지난달 27일 성 비위 의혹으로 대기발령 조치 이후 조사를 받고 있다.
성교육은 물론, 조직문화 개선과 경찰관 채용 시 인성 평가 등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이 위계에 의한 계급사회라 성 비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마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며 "먼저 조직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처음 입직하는 경찰관에 대한 지속적인 성교육은 물론 승진자와 새로 부임하는 지휘관에 대한 성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참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찰관이 될 수 있도록 수련 기간이 길어야 하지만 현재는 시험만 잘 보면 채용된다"면서 "채용 과정에서 인성과 자질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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