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호위무사'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명백한 위헌"
  • 송다영 기자
  • 입력: 2025.04.08 16:30 / 수정: 2025.04.08 16:30
헌법학계 "권한대행이 적극적 권한 행사 못 해"
이완규, 윤 40년 지기…비상계엄 다음 날 '안가회동'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퇴임하는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배정한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퇴임하는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퇴임하는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향후 '위헌'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18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와 함께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명이 보류됐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했다.

헌법은 재판관 정원을 9인으로 하고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3명씩 지명하도록 정한다. 문·이 재판관은 지난 2019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몫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대통령 몫 재판관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동의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다.

현재 지명된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의 경우, 통상 인사청문회 과정이 약 한 달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 대선이 열리는 오는 6월 3일 전 임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끝날 경우, 헌재는 지난해 10월 당시 이종석 헌재소장·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퇴임 이후 처음으로 9인 체제가 된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갑작스럽게 지명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6월 조기 대선이 열리는 상황에서 대통령 궐위 상황을 매우고 있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대통령의 임기 5년보다도 길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거나 권한 행사가 불가능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 헌법상 명확한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교유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할 뿐, 헌법재판관 임명 같은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제해 왔다.

헌법재판관 임명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을 임명하지 않은 선례도 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은 임명했지만, 대통령 몫이었던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헌법학계에서도 즉각 한 권한대행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헌법학자회의)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및 헌법재판관 임명은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고유권한인 헌법재판관 지명권과 국가기관 구성권으로서, 이는 권한대행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법학자회의 소속인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임기가 두 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6년 고정 임기의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해 적극적 권한행사를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자료사진 / 20250324 / 서예원 기자.
헌법재판소 자료사진 / 20250324 / 서예원 기자.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측근인 이 처장을 임명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 처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로 윤 전 대통령과 대학·연수원 동기이자 40년 지기다. 2020년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 당시 변호인을 맡았고, 지난 대선 땐 윤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 처장은 지난해 비상계엄 다음날 윤 전 대통령과 김주현 민정수석,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안가 회동'을 함께한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란 이후엔 휴대전화를 교체해 증거 인멸 의혹도 함께 받았다. 이후 민주당은 공수처에 이 처장을 증거 인멸 및 내란방조죄 혐의로 고발했다.

이 처장이 비상계엄 이후 국회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두둔한 답변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 처장은 '안가 회동' 논란 이후 지난해 12월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휴대 전화를 "바꿨다"고 시인했다. 이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처장은 "증거 인멸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4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했을 때 '대통령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돼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논거는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또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것에 대해서도 "공소권이 없으면 수사할 수 없다고 (해석) 하는 쪽이 훨씬 더 다수"라며 "그 입장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처장이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한 검사 출신인 것도 주목된다. 헌법재판관은 2018년 안창호 재판관 이후 검사 출신이 임명된 바 없다. 그간 검찰개혁이 화두가 된데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검사 출신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은 더 금기시돼왔다. 이 처장이 재판관이 된다면 7년 만에 검사 출신 재판관이 임명되는 셈이다.

이 처장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도 참석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는 당시 대검찰청에 근무하면서 검사 대표 중 한 사람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맞섰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죠"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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