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추계위법) 통과를 계기로 앞으로 필요한 보건의료인력 종사자 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인력 기준과 관련된 논의는 의사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의료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의사 뿐 아니라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등 다양한 구성원을 고려한 적정 인력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포럼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 11개 전문직능단체 및 시민단체와 함께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의 필요성과 제도화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국가기념일인 '보건의 날'이자, 세계보건기구(WHO)의 설립을 기념하는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개최됐다.
포럼 참가자들은 현재 국내 의료인력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김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 상임집행위원장은 토론에서 "전체적인 보건의료인력의 고용수준을 비교해보면 OECD 국가의 병상당 총고용인력은 평균 15명인데, 우리나라는 7.8명으로 OECD 평균의 52% 수준"이라며 "간호사는 72.3% 수준, 간호조무사와 물리치료사 등은 42.7% 수준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의료인력 부족 원인으로는 "의료기관이 최대 이윤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의 고용을 최대한 줄여왔기 때문"이라며 "의료법의 인력기준을 위반해도 처벌이 거의 없고, 건강보험 수가에서도 큰 불이익이 없다"고 진단했다. '의료 서비스 질 보장을 위해서는 의료인력의 적정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이들을 고용하는 의료기관이 반드시 준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게 직능단체와 시민단체의 공통적인 견해다.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발제에서 "의료서비스는 다학제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인력기준과 관련해선 의사에 대한 논의에 치중돼있다"며 "보건의료 문제는 의사만 있으면 다 해결되느냐는 문제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해 2월에 발표한 필수의료패키지에 포함된 '의료인력 확충' 역시 △ 의사인력 수급 개선 △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 등 의사 인력과 관련한 내용으로 구성돼있다는 점에서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의사도 부족하지만 훈련된 간호사가 없어 중환자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였음을 확인했다"며 "중증환자를 이송하는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SMICU)도 응급의학전문의 외 간호사, 1급 응급구조사가 팀을 이뤄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예를 들었다.
임 교수는 "보건의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러 인력이 힘을 합쳐야 국민과 환자를 위해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런 필요에 따른 수급추계나 양성 관리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의 적정성 평가는 양적 공급 뿐 아니라 질적 수준과 분포, 효율성과 적합성, 향후 계획이 통합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도 환자와 국민의 참여가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