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월15일 윤 전 대통령 체포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답보상태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정 관계자나 대통령 경호처 수뇌부 추가 조사에 따른 윤 전 대통령 혐의 추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현재까지 당정 관계자 29명과 경찰 62명, 군 관계자 20명 등 총 111명을 입건했다. 이중 8명을 송치하고 18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 이첩했다. 나머지 85명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 당정 관계자 등 내란 공범 수사 지지부진
지난해 12월6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한 특수단은 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11명을 내란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초기 수사 의지는 강했다. 특수단은 12월10일 이들 11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특수단은 "피고발인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계엄 당일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아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을 막은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출석 조사 이후 구속한 뒤 신속하게 검찰에 넘겼다.
특수단은 지난 1월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끝에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수사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수단은 검찰이 구속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을 1~2차례씩 조사했으나 더 이상의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엄 해제 국회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전 원내대표)도 지난해 12월28일 1차 조사 이후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추 의원은 계엄 당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계엄 해제 표결 연기를 요청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에 모이게 해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상민 전 장관의 계엄 당시 소방청장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서는 3개월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수단은 이 전 장관의 자택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참고인들만 불러 조사했을뿐, 이 전 장관에게 출석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특수단은 계엄 해제요구안 국회 가결 후 윤 전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실 참모들 수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7일 내란 혐의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한 뒤 같은 달 8일에는 김주현 민정수석을, 11일에는 정진석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했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다. 특수단은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에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 방해 지시 입증 관건
우여곡절을 겪던 대통령 경호처 수뇌부 수사도 관건이다. 특수단은 지난 1월부터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수단은 총 세 차례에 걸쳐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형법상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모두 반려했다. 특수단은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 판단까지 거쳐 네 번째 영장 청구에는 성공했지만 지난달 21일 결국 법원이 기각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기)' 서버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조지호 청장, 김용현 전 장관 등과 비화폰으로 통화했다. 특수단은 그동안 경호처를 대상으로 총 다섯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김 차장이 번번이 막아서면서 서버 확보에 실패했다. 김 차장 등은 경호처 내 부당한 인사 조치,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 지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답보상태였던 수사는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특수단은 김 차장 등 수사는 물론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황이다.
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에서 "총을 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소총 등으로 무장한 경호처 직원 모습이 포착됐다.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무력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수사도 감감 무소식이다. 경찰은 전 목사의 내란 선전·선동 등 혐의와 관련해 11건의 고발장을 접수받고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전 목사와 관련된 참고인 12명도 조사했지만 정작 전 목사 조사는 두 달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 목사에게 적용된 혐의만 내란 선전·선동, 소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공익건조물 파괴 등 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만큼 향후 진행되고 있는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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