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불소추 특권' 장애물이 사라지면서 검찰은 제한없는 수사가 가능하다. 구속 취소로 석방된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은 별개지만 수사와 재판 영향은 불가피하다.
우선 불소추특권이 사라진다. 앞서 윤 대통령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직권남용 혐의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니고서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헌법 84조에 따라 검찰은 내란 혐의만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혐의 수사에도 '안전핀'이 뽑혔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공범들의 검찰 진술 조서가 한몫하면서 수사의 정당성도 확보했다.
헌재는 국회가 검찰 조서 내용을 근거로 주장한 윤 전 대통령이 정치인들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진술이나 '국회 안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다'는 곽종근 전 육근특수전사령관의 진술도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도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재청구도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구속됐다가 석방된 자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해 재차 구속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구속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혐의로 구속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로도 입건돼 있어 경찰이 새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있다.
공천개입 의혹 수사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식 전날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에게 "김영선이 공천 좀 해줘라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다"고 말한 통화 녹취 등 수사를 위한 정황은 충분한 상황이다. 공수처에 남아 있는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 관련 'VIP 격노설' 의혹도 수사 가능하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단서들에 따라 '외환유치죄' 수사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내란 혐의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길 당시 검찰은 노 전 사령관에게서 이 수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내란범들의 공소장에는 넣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통령 신분을 방패 삼아 수사기관 출석도 피해왔지만 이제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다. 출석 요청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을 경우 구속 사유가 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제 수사는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며 "윤 전 대통령도 일반인과 다를 게 없으니 조사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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