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11일 만에 탄핵심판이 끝났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숨 가빴던 111일 간의 탄핵 여정 속 고비들을 짚어봤다.
◆국회 문턱 넘자 맞닥뜨린 헌재 '6인 체제'
헌재는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넘어올 무렵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두 달 넘게 공백 상태로 운영해 왔다.
3명 재판관이 퇴임하기 직전 헌재가 심리 정족수 규정에 관한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사건 심리조차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다만 '6인 체제'에서 선고가 정당한지 헌재 안팎 의견이 갈리면서 헌재는 당시 일부 각하 결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건 심판 선고를 미뤘다.
우여곡절 끝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선출 몫 3인 중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했다. 이에 헌재는 절차적 정당성을 되찾으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을 넘었다.
◆국회 측 "내란죄 철회"…. 윤 측 "절차 흠결"
국회 측은 지난 1월 열린 윤 던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탄핵 소추 사유 중 내란 행위는 형법 위반을 다투지 않고 헌법 위반 여부만 다루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이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인 만큼 범죄의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국회 측에 내란죄를 철회하라고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헌재는 일반적으로 재판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제기될 경우 선고할 때 이에 대한 판단을 밝혀왔다. 논란 속에서도 헌재는 변론 과정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재판관 흔들기'부터 '중대한 결심'까지
윤 전 대통령 측은 본격 변론을 시작하자 재판관 흔들기에 나섰다. 지난 1월 1차 변론 기일에 앞서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서를 냈다. 헌재가 이를 기각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그치지 않고 정 재판관을 비롯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3명에 대해 스스로 물러나라며 회피 촉구 신청서를 냈다.
이 역시 헌재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으며 탄핵심판 진행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바탕으로 재판관들을 압박했다.
변론 진행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두고 형사 소송법을 준용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거나 변론 기일을 일괄 지정해 방어권을 제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공정 재판 시비를 이어갔다.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검증 신청 기각, 증인 신청 기각 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급기야 탄핵심판 막바지에는 헌재가 위법하고 불공정한 심리를 하고 있다며 '중대한 결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8차 변론에서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리인단 총사퇴를 시사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헌재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8차 변론 끝에 9차 변론 기일만을 추가 지정했지만 이후 10차 변론 기일을 예고하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 조지호 경찰청장,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감감 무소식' 헌재, 잇따르는 탄핵 기각
지난 2월 25일 최종 변론 이후에는 선고일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재판관들은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변론 종결 후 2주 내로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헌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 총리, 최재해 감사원장·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탄핵 선고를 먼저 진행했다. 당초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헌재 입장과 배치되는 행동이었다. 헌재는 한 총리를 비롯해 4명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침묵 속에 유례없는 장고를 이어가자 비난의 화살이 헌재를 향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헌재를 향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했고 일각에서는 헌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 1일 침묵을 깨고 변론 종결 후 32일 만에 선고일을 통지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가장 긴 심리 기간인 111일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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