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김해인 기자] 헌법재판소가 장고 끝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발표했다.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핵 인용 의견이 다소 우세하지만 기각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오는 4일 오전 11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111일 만이다. 그간 헌재는 11번의 기일을 열고 17명을 증인 신문을 불러 심리했다. 헌재가 기일을 정하기까지 오랜 기간 고심한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결정문을 받아들지에 관심이 쏠린다.
◆탄핵 쟁점 중 한 가지도 중대한 헌법 위반 아니어야 기각
적지않은 헌법 전문가들은 인용에 표를 던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에 그 자체로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국민 모두가 계엄을 두 눈으로 본 만큼 헌법재판관이라고 다른 판단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군대를 보내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 자체로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진 목적범"이라며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 헌법을 정지시키려고 새로운 헌법을 만들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각하와 기각은 군사력을 이용한 통치를 허용하겠다는 얘기와 같다"고도 말했다.
헌법재판연구원장 출신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본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쟁점의 다섯 가지 쟁점 중 하나라도 재판관이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다섯 가지 사유 모두 위헌, 위법이 인정되고 중대성 또한 인정되므로 파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관계나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당연히 인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도 "법치국가에서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며 오히려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 질서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방법은 대통령을 직위에서 배제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헌재가 장기간 평의를 거치면서 탄핵 기각이나 각하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헌법재판관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치권에서 본인을 임명했기 때문에 부담을 갖고 있고, 그 세력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각하나 기각을 위한 포석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기각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십수년간 헌법재판연구관으로 일한 이명웅 변호사는 "국가의 신임을 배신할 정도의 위법을 했느냐는 부분에도 재판관 3~4명은 기각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부 주요 예산 삭감, 국회의 잦은 탄핵소추, 종북 세력 개입 의혹 등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보면 헌재도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일차적 판단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 5대3 의견으로 인용에 필요한 6명을 채우지 못해 기각되리라고 예상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보수·진보를 떠나 대부분 법률가들이 인정한다"면서도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냐가 논란의 핵심인데 계엄이 6시간가량 만에 끝났고 인명피해나 재물손괴도 거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가 체포 지시 등 쟁점에서 상반된 증언 중 어느쪽이 진실인지 국민이 확실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변론을 종결해버렸다"며 ""헌재법 4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게 돼있는데 그만큼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지도 못 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재판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인용 확률이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 한덕수 탄핵 기각·이재명 무죄 선고 영향력은 희박할 듯
지난달 24일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재판관 5명은 기각, 1명은 인용,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한 총리의 기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명의 재판관은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는 국회의 주장에 "피청구인(한 총리)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방조했다는 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기각에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정 교수도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지 혐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쟁점과는 겹치지 않아 선고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찬가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죄 선고도 헌재 선고 기일 지정은 몰라도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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