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이다빈·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오는 4일로 지정된 1일 헌법재판소(헌재) 앞은 전운이 감돌았다.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한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기각을 외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헌재 인근 경비를 강화했다. 헌재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선고일 폐쇄 등 통제에 나섰고, 학교들은 임시 휴업을 예고했다.
◆ 경찰, 헌재 인근 경비 강화…학교도 지하철역도 비상 대응
경찰은 이날 오후 헌재 인근을 차벽으로 둘러싸고 통행하는 시민들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경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기각'을 외쳤고, 경찰은 호루라기를 불며 이들을 제지했다. 도로 위 차량들은 경적을 울렸고, 일부 식당은 영업을 일찍 마치고 문을 닫으면서 헌재 앞은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안국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총 6곳의 출입구 중에서 2곳만 통행을 허용했다. 역사 내에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구가 통제되고 있다. 승객 여러분은 5번과 6번 출구를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며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방송이 나왔다. 통제된 출입구에는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테이프와 '출구 폐쇄'라고 적힌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통제된 출입구 너머에는 바리케이드와 펜스 등이 설치된 상황이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오는 4일 안국역은 하루 종일 폐쇄된다. 승객들은 무정차 운행에 따라 안국역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인근 광화문역, 경복궁역, 종로3가역, 종각역, 시청역 등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위치한 한강진역도 역장 판단에 따라 무정차 통과한다.
헌재 인근 학교들도 선고일에 맞춰 임시 휴업을 예고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재동초와 재동초 병설유치원, 운현초, 운현유치원, 교동초, 경운학교, 덕성여중·고, 중앙중, 중앙고, 대동세무고 등 헌재 인근 학교 11곳이 4일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일부 학교는 선고일뿐 아니라 1~2일 전부터 임시 휴업을 하거나 단축 수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초와 한남초 병설유치원 또한 선고일 임시 휴업을 예고했다.
경찰청은 4일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기로 했다. 전국 주요 시설에는 338개 기동대 경력 2만여명을 배치한다. 특히 헌재가 있는 서울은 210개 기동대 경력 1만4000여명이 집중 배치된다. 헌재 탄핵 선고 전후 폭력사태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오는 2일에는 탄핵 선고일 경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도 연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와 경찰청 국장급 간부,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 및 경비정보부장, 기동본부장 등은 현장회의로, 각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 등은 화상회의로 참석한다.
◆ 헌재 앞 천막 철수…인근서 철야 맞불 집회
탄핵 찬반 단체들은 이날 헌재와 광화문 인근 등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1700여 개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내란 이후 윤석열과 내란 세력은 복귀를 꿈꾸며 준동했고 폭동까지 일으키며 혼란을 부추겨 왔다"며 윤 대통령 만장일치 파면을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탄핵심판 지연으로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헌재에 유감을 표한다"며 "남은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 질서를 파괴한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 결정이다. 헌법재판관 전원의 파면 인용이 국민에게 평온한 일상을 되돌려 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모든 시민이 지켜본 내란 행위를 위헌·위법이라 하지 않는다면 헌재는 존재 가치가 없다"며 "헌재는 만장일치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역시 "헌재는 이번 선고 지연으로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리고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만일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지 않아 그가 직무에 복귀하게 되는 경우 제2, 제3의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에서부터 헌재 인근까지 행진한 뒤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월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한 뒤 비상행동 집회에 동참한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인근에서 탄핵 기각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헌재는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복귀'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선고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며 "위법과 정치적 기만으로 얼룩진 탄핵심판을 각하해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변호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법과 원칙과 상식이 살아 있다면 윤 대통령에 대해서 탄핵 심판이 기각되고 즉시 직무 복귀하는 결과가 올 것"이라며 "비록 장소를 옮기지만 금요일 선고까지 철야로 계속 국민들의 탄핵 기각에 대한 염원을 담아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부터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철야 탄핵 무효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앞 천막을 자진 철수하고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헌재는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오는 4일로 지정했다.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국회의원 재적 300명 중 204명이 찬성하며 가결된 이후 111일 만, 변론기일 절차 종료 이후 38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