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선은양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총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회의원 출입 차단을 포함한 1, 2차 국회 봉쇄를 지시했다는 경찰 간부들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뒤에도 이 조치를 풀지말라는 경찰청 본청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지휘부 4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경찰 간부들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증인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47분께 국회 출입이 통제되고(1차 봉쇄), 잠시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 출입이 잠깐 허용됐다 '포고령 1호' 이후 오후 11시 37분께 다시 출입이 통제(2차 봉쇄)된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오부명 경북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은 "포고령 1호가 나온 뒤 본청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이 전화로 '조 청장 지시'라며 국회 봉쇄 지시를 해 김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헌법에 국회의원의 계엄 해제 요구권이 있어 의원까지 출입 차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서울청장에게 건의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2차 봉쇄도) 경찰청장의 지시가 맞는다"며 "그걸 서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 청장은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 본청에 전화해 '의원들을 막는 건 재고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대통령이 아직 계엄령 해제를 선언하지 않아 안 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임정주 국장도 증인으로 나와 "조지호 청장의 사무실로 갔더니 11시 34분 전후 쯤 조 청장이 손에 포고령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 이후 (포고령이) 언론에 보도됐다"며 "포고령 효력이 있으니 서울청에 전화해서 (국회 출입을) 통제하라고 하신 것을 오부명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최창복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이 지휘망을 통해 계엄군의 국회 출입을 허용하도록 지시하는 무전을 한 것을 두고는 "경위는 모르지만 김 전 청장이 전화를 받고 안전계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주진우 전 서울청 경비부장은 국회 봉쇄 지시 당시 비상계엄 선포 여부를 몰랐다고 밝혔다.
주 전 부장은 '국회 쪽에 심각한 일이 있을 것 같았냐'는 검찰 질문에 "전혀 그런 생각을 못 했다. 근처에 무슨 일이 있나 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두고는 "충격적이고 말도 안 된다. 미쳤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김 전 청장이 (비상계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또 "최현석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차장이 긴급 시 포고령은 법률적 효과가 있다고 해서 김 전 청장이 그 말을 듣고 결론을 내리면서 '이거 조 청장님 지시다'라며 손사래를 쳤다"며 "무전기를 잡고 포고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7일 열릴 예정이며,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연달아 진행할 예정이다. 증인신문 명단은 의견서를 통해 조율한 뒤 결정할 방침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30분 전 대통령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만나 계엄 내용을 지시받고 국회 봉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비상계엄 당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윤 전 조정관은 체포조 편성을 위한 경찰 인력이 필요하다는 방첩사의 요청을 받아 이를 상부에 보고하고 경찰 인력을 파견 준비시킨 혐의를 받는다.목 전 대장은 당시 국회경비대장으로서 대원들에게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들의 국회 출입을 금지한 혐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