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같은 집에 사는 처제의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이용해 수천만원을 챙기고도 '친족상도례'로 처벌을 피한 형부가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의 혐의 중 컴퓨터 등 이용 사기 혐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1년 함께 살던 처제의 신용카드를 동의없이 24회에 걸쳐 7723만여원을 결제 또는 현금서비스 신청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회삿돈을 빼돌려 도박자금 등 개인적으로 쓴 혐의도 있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하고 1억125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징역 1년5개월로 감형했다.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의 형을 면제했기 때문이다.
형법 354조,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배우자간의 컴퓨터 등 이용 사기는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이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에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처제는 언급한 반면 금융기관은 피해자로 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해자를 처제로 기소했다고 인정하고 형법 354조, 328조 1항을 적용해 형을 면제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위헌) 결정은 소급효과를 갖지만 이 조항처럼 형을 면제하는 내용은 위헌 결정이 돼도 소급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 검사에게 요구할 수 있는 형사소송규칙상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사는 수사보고서에 직접 피해자는 카드사나 금융기관이라고 명시했고 범죄일람표에도 카드사의 이름을 굵은 글씨로 강조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피해자를 가맹점 또는 대출금융기관 등으로 하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로 기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검사가 처제를 피해자로 기소했다고 단정하고 친족상도례를 적용해 형 면제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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