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 가운데, 8인 재판관들의 의견은 각각 기각 5인·각하 2인·인용 1인으로 갈렸다. 기각 의견 중에서도 한 총리의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의 미임명을 두고는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첫번째 헌재 판단이라 윤 대통령 선고도 재판관 사이 의견이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각하 의견을 낸 조한창·정형식 재판관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 총리의 탄핵 의결정족수는 대통령 기준인 200명을 적용해야 한다며 탄핵제도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두 재판관은 각하 의견 요지에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비상 상황에서 직무의 공백 및 국가적 기능장애 상태 방지를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해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국회의 탄핵소추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위법하다고 명시했다.
이어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도입되는 체제이기에 그러한 체제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하여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거부는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권한을 행사할 작위 의무가 있다고 해도, 그 의무를 행사할 기한은 '즉시'가 아니라 '상당한 기간 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재판관은 기각 의견에서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있어 대통령의 작위의무가 있더라도, 국회 선출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한 행사 기한은 확인과 검토를 거칠 시간 등을 고려해 '상당한 기간 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또 김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재판관 선출이 가결된 후 대통령에게 재판관 선출을 통지한 다음날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실도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하루 만에 탄핵이 가결된 것을 봤을 때)헌법재판관의 자격요건 구비나 선출과정에서의 헌법 및 국회법 등 위반여부를 검토할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중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내며 한 총리가 위헌·위법 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미임명과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봤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와 같은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했다.
한 총리의 선고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첫 탄핵심판 결론이다. 앞서 한 총리의 탄핵심판 결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론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다만 재판관들은 결정 이유에서 윤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으며 선을 그었다.
한 총리의 탄핵 결론에서 8인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뚜렷하게 갈리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재는 이날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도 다루지 않았다. 한 총리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기각 사유 중 하나로 판단했다. 이는 비상계엄의 성격을 놓고 재판관 사이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앞서 국회 측은 지난해 12월 27일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거부 △채해병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권 행사 △계엄 직후 공동 국정운영 구상 발표 △내란 상설 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 등 5가지 이유로 한 총리를 탄핵소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