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24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이번 선고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헌재의 첫 번째 사법 판단이다. 다만 헌재는 내란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위헌 여부는 다루지 않고 한 총리의 적극적 가담 여부만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7대 1 의견으로 기각했다. 한 총리 탄핵 심판은 결론은 기각 5인, 각하 2인, 인용 1인으로 의견이 모이면서 파면 정족수인 6인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87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복귀한다.
헌재는 이날 본안 판단에 앞서 한 총리 탄핵 소추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의결 정족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무총리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과 비교해 축소된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의 본래 신분상 지위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 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는 대통령 탄핵 의결 정족수와 같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 대행자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은 대통령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헌법은 대통령 탄핵안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3분의 2(200석)로, 국무총리 등 일반 공직자의 경우는 재적의원 과반수(151석)로 정한다. 앞서 국회는 151석을 기준으로 한 총리 탄핵안을 의결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중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국회 측이 내세운 탄핵 소추 사유 중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공동 국정운영,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놓고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한 총리의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에 대해서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없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채 해병 특검법 거부에 대해서는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해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들을 의결했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 행사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조장·방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에 대해서는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실질적 기간은 약 10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 총리가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의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적절성과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밖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담화문을 발표한 행위에 대해서는 한 총리가 한 전 대표와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반면 국회 몫 3인의 재판관을 한 총리가 임명하지 않은 것을 놓고는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한 총리에게도 헌법상 작위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파면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중 김복형 재판관은 앞선 4인 재판관 의견과 달리 "대통령의 작위 의무가 있더라도 국회 선출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선고 직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했다. 한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는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과 지난달 19일 한 차례 변론기일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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