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 일대에서 폭동을 일으킨 일부 피고인들이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했다. 이들은 법원에 침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에 들어갔거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63명 중 16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이 끝난 이후 3명의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전날 오전까지 총 11명이 보석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아내는 각막이 손상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등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시한부 환자"라며 "남편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우울감으로 매일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다는 박모 씨는 복용하는 약의 구치소 반입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석방을 요구했다. 박 씨 측은 "(피고인이) 말을 더듬고 기억력이 감소된 게 느껴진다"며 "나와서 해당 약물을 복용하며 재판에 임해야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누군가 도와달라고 외쳐 쓰러진 것을 일으켜 세우고 나오는 길에 체포됐다. 범죄에 고의가 없다"며 "눈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를 돌보고 생활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이번 보석이 반드시 인용되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후문을 강제 개방한 사실이 없고 법원 침입을 위해 다중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한 변호인은 "당시 문도 열려 있고 경찰의 제지도 없었다"며 "평온한 방법으로 들어간 것은 주거침입죄에 성립되지 않다는 판결도 있다"고 했다. 다른 변호인은 "당시 취재 목적도 있고 (법원) 7층까지 올라간 이유는 청년 3명을 데리고 내려와 범죄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피고인 측 변호사로 참여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권 없이 수사하고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영장을 받아 (윤 대통령을) 구속해 절차가 잘못됐다. 잘못된 수사기관의 수사와 구속에 저항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구속된 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 사안을 중하게 봐도 너무 과하다"라며 "계획적인 범행은 없고 다 우발적으로 일어났다. 저항하기 위해 나온 것을 두고 무더기 구속은 법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의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고인 가족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다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변호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박수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자제를 요구했다.
이날 불구속 기소된 다큐멘터리 감독 정모 씨의 국민참여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도 진행됐지만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았고 통상 절차를 통해서 정 씨의 변론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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