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지휘부의 항소심이 본격 시작됐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모두 2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유동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청장과 서울청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김 전 청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 변호인은 "서울청은 치안 수요 담당을 위한 인적·물적 지원을 하는 곳으로 충분한 경력 지원이 있었다는 점은 원심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 측도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6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입증 계획 등 자료를 제출 받고 다음 기일을 추후 지정할 계획이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청장과 류 전 과장, 정 전 팀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송병주 용산서 전 112상황실장, 박 모 전 112상황팀장 등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도 진행했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참사에 죄송한 마음이지만 이 재판은 지휘 책임이 아닌 형사 책임을 묻는 자리"라면서 "이 전 서장이 개별적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광호 전 서울청장 등은 참사를 예상할 수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이 전 서장은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고 유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은 모순이라고도 강조했다.
송 전 실장과 박 전 팀장 측도 형사 책임은 부당하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 측이 신청한 증인 7명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참사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입장이라도 더 들어봐야 한다"며 "시간에 쫓겨서 내는 결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측에서 신청한 재판 기록 열람에 대해 양측 의견을 듣고 특조위 측과 협의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로 공판 준비를 마무리하고 5월 12일에 첫 공판기일을 연다.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항소 이유 요지를 설명하고 피고인 측 의견을 들은 후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서울경찰청 등 상부 기관에 경찰 기동대 지원 요청 및 요청 지시를 하지 않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할 책임이 있었다"며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송 전 실장에 대해서는 금고 2년을, 박 전 팀장에 대해서는 금고 1년을 각각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