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대공 혐의자를 수사한다며 법원 허가 없이 캠핑장 숙박객을 도청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수사관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 최은정 이예슬 부장판사)는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국정원 수사관 A 씨에게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동료 수사관 2명과 전직 국정원 간부 1명에게도 1심과 달리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타인 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녹음했다는 이유로 기소됐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피고인들이 불복해 항소를 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통화 당일 피고인 A 씨와 제보자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가 가장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제보자와 A 씨가 주고받은 문자 내용과 흐름, 어조 및 보낸 시간 사이 간격 등을 비춰보면 제보자가 실제로 총화가 진행되던 당시 스스로 소지하던 녹음기로 총화 장면을 조직원들 몰래 녹음하며 A 씨에게 전달하고자 문자를 보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유죄의 증거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유일한 증거인 제보자의 진술이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을 확신하게 할 증명력 가진 증거라 볼 수 없다"며 "검찰이 핵심증거라고 주장하는 내부보고서도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을 가진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 등은 지난 2015년 8월께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에서 비밀녹음장치를 이용해 민간인들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제보자는 캠핑장 운영자로 한 대학교 학생조직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제보자는 A 씨 등에 2015년 8월 지하혁명조직의 '총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제보했다.
A 씨 등은 제보자를 통해 반국가조직으로 추정되는 단체 관련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녹음에 동의한 제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민간인들의 대화도 몰래 녹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등에 따르면 A 씨 등은 제보에 따라, 총화 장소인 캠핑장 내부에 비밀 녹음 장비를 설치해 참여자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A 씨 등은 제보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녹음 장치를 설치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보자가 참여하는 대화만 녹음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대화 당사자의 음성을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한다. 수사관들은 제보자가 자리를 비우면 불법 도청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거나 제보자가 대화한 부분만 선별하면 된다'며 법원에 감청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보자는 당시 수사를 폭로했다. 검찰은 A 씨를 비롯한 수사관 3명과 도청 계획을 보고받은 간부를 2022년 10월 불구속기소 했다.
1심에서 A 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동료 수사관 2명과 전직 국정원 간부 1명은 이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