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 다른 계산법' 지귀연 공동집필 책엔 "구속기간=일 단위"
  • 선은양 기자
  • 입력: 2025.03.11 21:29 / 수정: 2025.03.11 21:29
대법관 등 현직 판사 17명 공동집필·상호감수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의왕=서예원 기자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의왕=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가 과거 집필에 참여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 구속기간은 '날'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 부장판사는 최근 '시간' 단위로 구속 기간을 계산해 구속취소를 결정했는데, 자신의 공동 저서에는 정 반대 입장이 담긴 것이다.

한국사법행정학회가 2022년 10월 발간한 '주석 형사소송법(제6판)'에는 형사소송법 66조 '기간의 계산' 조항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노태악 대법관이 편집 대표를 맡았고, 지귀연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현직 판사 17명이 공동 집필했다.

구속 기간 해설은 최승원 서울고법 판사가 맡았고 지 부장판사는 이 책에서 재심에 관해 집필했지만, 공동 주석서는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내용도 상호 감수 등을 진행한다.

책에서는 "일(日)을 단위로 하는 기간에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재정신청기간, 상소제기기간 등이 있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시간 단위 계산이 적용되는 기간에는 "체포 기간,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현행범인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구속통지기간 등이 있다"고 했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주요 쟁점이었던 구속기간 만료 시점을 놓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책에서 시간 단위가 적용되는 기간에 포함돼 있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 기간을 '날'로 계산해 왔다.

노 대법관은 책 머리말에 "1976년 처음으로 발간된 이후 주석 형사소송법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권위 있는 주석서로 자리를 잡아 왔고, 이제는 한국의 실무가들과 연구자들에게는 더 이상 떼어 놓을 수 없는 실무지침서가 됐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지켜온 실무 지침과 다른 법원의 판단에 법조계에서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법 소속 김도균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형소법상)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시간, 즉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만일 이번 결정대로 수사 기록 접수 후 반환까지의 시간만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피의자 측에서 구속적부심을 반복함으로써 사실상 구속기간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키는 경우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명확한 실무지침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람의 인신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검사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맡기지 말고, 명확하고 통일된 지침을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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