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11차례의 변론을 마치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더팩트>는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쟁점을 △절차적 적법성 △포고령 1호 △국회 봉쇄·의결 방해 여부 △선거관리위원회 무력화 시도 △정치인 등 주요인사 체포 지시 등 5가지로 추려 5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계엄법 13조는 계엄 시행 중에도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체포·구금할 수 없다고 재확인한다.
이른바 '홍장원 메모'로 불리는 정치인·주요인사 체포 지시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핵심 쟁점이다.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야당 경고성 '평화계엄' 취지와 어긋나며 '국헌문란' 목적도 증명되는 셈이다.
체포 지시 정황은 여러 경로를 통해 복수 이상의 증언이 나왔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회와 검찰에서 체포 명단의 실체를 증언했다. 그의 증언은 계엄 당일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전화를 해 체포를 위해 위치추적이 필요한 인사 명단을 불러줬다는 게 핵심이다. 그 명단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조 청장 변호인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포함됐으나 검찰 공소장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조 청장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증언을 거부했지만 검찰 신문조서는 모두 확인하고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사령관도 헌재 등에서 조 청장과 통화하면서 '특정명단' 위치확인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체포 목적은 아니라고 부인했고 구체적인 명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밖에는 증언을 대체로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의 부하도 체포·구금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국회에서 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이 자신을 상황실로 호출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준 명단을 받아적으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명단은 모두 14명이라고 한다.
김용현 전 장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체포 명단을 두고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 차단하고 그래도 계속하면 체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증언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은 셈이다.
특히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은 도마에 올랐다. 증언한 사람 중 윤 대통령에 직접 이야기를 들은 유일한 인물이 홍 전 차장이기 때문이다. 체포조가 있고 명단이 있었다면 최상위 지시자는 누구인지가 관건이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직후 여 전 사령관은 통화에서 "국회에 체포조가 나가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된다"며 14명 명단을 불러줬다는 것이다.
국회 측에 따르면 이 명단에는 우원식 의장, 이재명 대표, 한동훈 전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법사위원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방송인 김어준 씨,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포함됐다.
국회 측이 헌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의 여 전 사령관 휴대폰 포렌식 결과 우원식·한동훈·이재명 등 체포 명단과 비슷한 이름이 적힌 명단이 나왔다. 작성 시점은 지난해 11월이어서 체포 대상자를 미리 선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 전 사령관은 체포와는 무관하며 김용현 전 장관이 평소 언급한 인물들을 받아적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여 전 사령관이 조지호 청장에게 주요인사 위치파악을 요청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홍장원 전 차장에게는 체포 지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격려차 전화했으며 '싹 다 잡아들이라'는 말의 대상은 간첩이라고 반박한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에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홍 전 차장이 애초 국정원장 관사 앞에서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썼다고 증언했는데 국정원이 CCTV를 확인한 결과 홍 전 차장이 메모를 작성한 곳은 국정원 청사 사무실이었다. 홍 전 차장이 명단을 적은 메모도 4종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홍 전 차장의 메모에 적힌 '검거 요청'을 놓고 '검거 지원 요청'이라고 해야 맞지 않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명단을 불러줬다는 여 전 사령관은 홍 전 차장에게 '체포'라는 단어를 쓴 기억이 없다며 형사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반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홍 전 차장의 증언이 허위라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자신의 SNS에 "나의 오랜 법조 경험에 비춰 볼 때 홍장원이나 곽종근(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이 지엽적인 사실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지만 큰 틀에서 일관성이 있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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