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11차례의 변론을 마치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더팩트>는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쟁점을 △절차적 적법성 △포고령 1호 △국회 봉쇄·의결 방해 여부 △선거관리위원회 무력화 시도 △정치인 등 주요인사 체포 지시 등 5가지로 추려 5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내가 김용현 장관에게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1960년 3차 개헌 당시 3.15 부정선거를 반면교사 삼아 선거관리 사무를 대통령에게서 독립된 기관에 맡기도록 명시했다. 계엄법에도 계엄이 선포되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행정부, 법원을 규정할 뿐 선관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같은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했다면 그 자체로 헌법이 규정한 독립기관을 무력화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이자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부분의 탄핵사유를 부정했지만 자신이 선관위에 군병력 투입을 지시했다는 사실만은 인정했다. 지난 4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직접 증언한 내용이다.
선관위에 군이 최초로 투입된 시간은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30분이다. 계엄군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이후까지 3시간 20여분 동안 선관위에 머물렀다.
◆선관위 시스템 점검 비협조에 군 투입 주장…전 국정원 간부 "사실아냐"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에 연루됐고 국가정보원의 시스템 점검에 비협조적이어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했을 뿐 헌법기관을 무력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가 계엄 전 국정원의 시스템 점검을 거부하다가 마지못해 응하면서 전체 장비의 5%밖에 점검하지 못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은 지난달 11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관위가 시스템 점검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당시 선관위는 모든 장비에 접근 권한을 줬지만 국정원의 인력과 시간 문제가 있어 중요 장비 중심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5% 점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관위의 시스템의 해킹 취약성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백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이었고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 병력 투입은 시스템 점검이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과천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던 정보사령부 대원 10명이 실탄을 소지하고 선관위에 들어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감금하고 전산실을 폐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밝힌 계엄 사유에는 부정선거 의혹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이 근거 없는 의혹을 내세워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가짜 투표지 발견' 주장에는 해당 투표지들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소송 재검표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가짜 투표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7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나온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부정선거론을 일축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대 총선 선거무효 소송 182건 중 150건을 기각·각하했고, 나머지 32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선거부정 의혹을 인정한 판결은 한 건도 없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도 제기했다. 중국이 테러, 심리전, 여론전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는 전쟁인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을 수 있어 계엄을 선포했다는 설명이다.
◆군 투입 자체 위법성 파악한 정황…헌재 감사원 권한쟁의 결정도 변수
병력 투입 사유에 앞서 선관위 병력 투입 자체도 쟁점이다. 국회 측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계엄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영장 없이 선관위 내부를 수색한 것은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법 7조에 따라 계엄 지역의 행정·사법 사무를 계엄사령관이 관장하도록 정하기 때문에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여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과천 선관위에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진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법무관 7명 전원이 계엄법을 포함해 각종 자료를 들고 서서 현 상황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법적 검토를 논의한 법무관들의 '강력 반대' 의견을 들은 정 처장은 선관위 현장으로 이동 중인 부대원들에게 "절대 건물에 들어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도 했다. 방첩사도 선관위 병력 투입의 위헌·위법성을 알고있었다는 정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지난달 27일 헌재는 중앙선관위와 감사원 간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선관위가 행정부 영향에서 독립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선관위 장악 이유가 무엇이든, 헌재의 논리대로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문란에 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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