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 일대에서 폭동을 일으킨 피고인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다중의 위력을 가하지도 않았고, 피해자가 특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부는 윤 대통령 영장이 불법이기에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펼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 63명 중 1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가담자 9명의 재판이 진행된다. 24명은 오는 17일, 16명은 오는 19일 첫 재판을 받는다.
14명은 이날 초록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타났다. 인원이 많아 일부는 방청석에 두 줄로 나눠 앉아 재판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수가 63명에 이르고 62명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 역시 높아 재판부로서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월18일 서부지법 인근에서 불법 집회를 열거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떠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저지하거나 취재진을 폭행한 이들도 재판을 받았다.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다중의 위력을 보여 공수처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없다. 피해자가 특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공수처 차량의 유리문을 친 건 안에 사람이 있는지 두드렸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모 씨 측은 "(검찰은) 10명이 (공수처 차량 뒤에서) 스크럼을 짰다고 하는데, 정당한 공무집행인지에 대해서도 다퉈야 하는 부분"이라며 "스크럼을 짰을 땐 (공수처 차량이) 정차된 상태였다.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걸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모 씨 측은 "공무집행방해와 감금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무엇보다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은 불법이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만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모 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다만 적극적으로 방해 의사도 없었고 우발적으로 대열에 합류했다"고 했다.
취재진에게 가방을 던져 상해 혐의를 받는 우모 씨 측은 "가방에는 가벼운 물건만 들어있었다. 피해자가 맞은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다만 그날 울적한 마음에 과음을 했고 취중 상태에서 언론사에 항의해야겠다는 마음에 가방을 던졌는데 하필 피해자 머리에 떨어졌다"고 했다.
이하상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오늘은 1월18일 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며 "1월19일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검찰은) 큰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있고 공소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들이 저항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청년들이 불법행위에 대해서 저항했고 국민저항권은 헌법전문에 의해서 보장되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자유 청년들의 행위는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아서 무죄 판결날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부지법 인근에서는 1인 시위도 이어졌다. '법과나'라는 단체는 '애국청년 석방 촉구 집회'를 열었다. 한 남성은 법원 앞에서 '스톱더스틸'(STOP THE STEAL) 팻말을 들고 한 손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 불법 체포에 동원된 차은경·이순형을 당장 체포하라", "애국청년들 힘내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