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회사가 장애인 직원 명의로 대출을 받고 퇴직금을 가로챈 간부를 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산하 시설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이 시설에서 퇴직연금 업무 담당으로 근무하던 중, 발달장애인 직원 B 씨의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받았다. 또 A 씨가 B 씨의 퇴직금을 중간 정산 받아 자신의 계좌로 가로챈 사실도 드러났다.
A 씨의 비위행위는 2023년 4월 시설의 회계 직원이 B 씨가 퇴직하지 않았는데도 퇴직금이 지급된 사실을 발견하며 밝혀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씨 명의의 퇴직연금계좌로 입금된 퇴직금을 B 씨의 개인 계좌를 거쳐 자신의 계좌로 수차례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B 씨 명의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A 씨는 "B 씨의 기초생활수급 관리 등을 도와주던 중, 자신이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B 씨 명의로 대출을 받고, 대출 한도가 차자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 사용했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대표는 같은 해 4월부터 약 두 달간 A 씨에게 출근정지 및 자택 대기 명령을 내렸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인사위원회는 5월 A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해 해임을 의결했다.
이후 A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각각 부당해고 구제 신청과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A 씨는 "해고 과정에서 출석요구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충분한 소명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 씨가 출석요구서 전달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주장을 두고 "A 씨는 자택 대기 중이었고, 출석통지서 역시 자택으로 정상 송달된 만큼 출석요구서 도달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의 징계 사유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는 발달장애인 직원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거나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는 등 상당한 액수를 횡령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서를 위·변조해 유죄 판결까지 확정받은 점에서 징계 사유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도움을 줘야 할 장애인 직원에게 오히려 고의로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것은 기본적 의무를 심각하게 위배한 것으로, 그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A 씨의 행위로 해당 시설의 대외적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힌 점까지 감안하면, 해고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