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5대 쟁점①] 12월3일 대한민국은 준전시 국가비상사태였나
  • 선은양 기자
  • 입력: 2025.03.08 00:00 / 수정: 2025.03.08 12:12
윤 대통령 "야당 폭거로 국정 마비 상태"
당시 국무위원 대부분 계엄 선포 반대
5분 만에 끝난 국무회의 적법성도 논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름할 첫 번째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내 상황이 계엄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가 절차적 적법성을 따랐는지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름할 첫 번째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내 상황이 계엄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가 절차적 적법성을 따랐는지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11차례의 변론을 마치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더팩트>는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좌우할 쟁점을 절차적 적법성, 포고령 1호, 국회 봉쇄·의결 방해 여부, 선거관리위원회 무력화 시도, 정치인 등 주요인사 체포 지시 등 5가지로 추려 5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늠할 첫 번째 쟁점은 절차적 적법성이다. 당시 상황을 비상계엄 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는지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가 절차적 적법성을 갖췄는지가 관건이다.

헌법 77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계엄 요건을 규정하는 계엄법 2조 2항에서도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내 상황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월 2차 변론에서 "12월 3일 대한민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아니었고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평온한 하루였다"며 "국가의 안녕질서를 해친 장본인은 윤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입법 독재와 26차례에 이르는 국무위원 등 줄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였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담화에서 이를 두고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다.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무위원 다수의 시각과도 달랐다. 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증언을 종합하면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은 비상계엄 선포를 반대했다. 당시가 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계엄을 선포할 만한 준전시 상태로 볼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봉쇄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비상계엄 당일 군·경 관계자들이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비상계엄 당일 상황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다고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 삼는 예산 삭감액도 전체 예산 677조 4000억 원의 약 0.6%에 그쳤다. 윤 대통령 측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삭감을 국정마비를 부른 예로 들기도 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7일 1차 탐사 시추 결과 대왕고래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참석 한덕수 "실체적·절차적 하자 있었다"

비상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가 절차적 적법성을 갖췄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헌법 89조와 계엄법 2조 5항은 계엄과 해제를 할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는 오후 10시 17분께 시작돼 10시 22분까지 약 5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만 개회·폐회 선언이나 의안 상정 절차는 없었다.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았고 관련 문서에 국무위원들이 함께 서명하는 부서 절차도 생략됐다.

헌법 77조 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 통고 절차는 없었다.

윤 대통령 측은 일부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못했지만 실질적인 국무회의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회의록과 부서는 사후적 문제이며 국회 통고가 늦었더라도 계엄 선포가 전국에 생중계됐으므로 하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 총리는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국무회의가)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 총리는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국무회의가)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선포문을 제가 개별적으로 국무위원들한테 나눠주고, (국무회의) 의안으로 했다"고 증언했다. 이상민 전 장관도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한 총리는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국무회의가)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국회와 검찰 조사에서 당시 회의를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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