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보건복지부는 6일 필수의료, 중대과실 유형을 법제화하고 중과실 위주로 형사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 소송의 전문성·장기화로 환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의료진들은 '사법 리스크'로 필수의료 분야 선택을 기피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마련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의료인, 법조인, 소비자 등으로 구성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심의위) 신설이다. 수사당국에서 의료사고 사건을 접수하면 30일 내에 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하고, 심의위가 150일 안에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심의위는 해당 의료행위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와 중대과실인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 정부는 심의위가 필수의료 진료에서 단순 과실로 결론을 내 기소 자제를 권고하면 수사당국은 이를 존중하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향후 관련 법령을 개정해 필수의료와 중대과실의 구체적인 유형·기준 등도 명시하겠다고 했다.
환자와 의료진이 합의할 경우 형사 처벌을 면책하는 '반의사불벌'도 폭넓게 인정한다. 현재는 피해자의 형사 처벌 의사가 없는 단순 과실 사건도 중상해는 기소하고 있다. 필수의료 사망사고는 사고 당시의 긴급성과 구명활동 등을 고려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방안도 담겼다.
복지부는 환자들에게는 신속한 의료분쟁 조정, 의료진에게는 소신진료 여건 마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의료사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입장이지만 환자·의사단체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환자단체는 사망 의료사고 관련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입법례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지나친 특혜'라는 입장이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토론에서 "근거가 불확실한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특례를 추진하겠다는 건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에서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었다고 발표해 이슈가 됐지만 실제 연평균 의사 기소는 30~40건에 불과하다는 의견들도 있다"며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연도별 의사 업무치사 과실 고소 건수와 기소 건수 연구를 의뢰해 이달 발표가 될 것 같은데 이 자료가 공개되면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있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 심의위 신설에 대해 "의료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의료계와의 합의 등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행위에서의 중과실 여부 판단은 규범적 기준 외에 의학적 기준 역시 중요하다"며 "비전문가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모양새만 신경쓴다면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