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는 학사 유연화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 압박에도 동맹 휴학 움직임이 지속돼 25학번 신입생들조차 수업 참여가 어려운 분위기다. 더블링(24·25학번 7500여명 동시 수업)에 이어 내년도 3개 학번이 한 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트리플링' 우려까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에서 "수업을 거부하는 25학번에게는 대학이 반드시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하겠다"며 "올해는 (지난해 24학번처럼) 집단휴학을 일괄 승인하는 등의 학사 유연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대 신입생은 꼭 수업에 참여해야 불이익을 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대 신입생들로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의과대학 A 교수는 5일 "신입생들은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은 개인들인 만큼 윗학번들의 '투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수강신청은 해 놓고 실제로 수업에 들어갈 지는 지켜보겠단 분위기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분위기는 완강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지난달 3∼27일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포함)의 24학번부터 19학번(본과 4학년)까지 총 1만83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만7695명(96.6%)이 이번 학기 휴학 의사를 밝혔다. 개별대학으로는 건양대가 99.70%로 휴학률이 가장 높았다. 동아대(99.59%), 인하대(99.26%), 가천대(99.18%) 등도 휴학률 99% 이상을 기록했다. 국립대 중에서는 충남대 98.94%, 전북대 98.84%, 강원대 97.61%, 충북대 96.42% 등의 휴학률을 보였다. 교육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대, 강원대, 고신대, 울산대 의대 등은 개강을 미뤘다.
정부는 25학번은 의대 증원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수업 거부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의대협 관계자는 "부실 우려를 안은 의학교육 환경까지 신입생들이 동의하고 입학한 것은 아니다"라며 "증원의 수혜자라기보다는 준비되지 않은 정부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입을 학번이기에 명분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교육부가 24·25학번의 동시 병원실습 대책으로 국립대학 임상실습센터 건립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단순히 병원을 더 짓겠단 얘긴데 제대로 된 실습을 위해선 환자가 있어야 한다"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이 늘어난 충북대의 경우 병원이 운영하는 800병상 중 가동률은 현재 70~8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 등은 '트리플링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더블링 대책부터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의대 부실교육 우려 해소야말로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인 데다 의사 국가시험을 볼 본과 4학년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역시 더블링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3개 학번이 쏠리게 되면 사실상 교육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5학년도 의대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가 지연되는 데 대해 "교육 주체는 대학이고 교육부는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라 24·25학번을 같이 교육할지, 분리교육 할 지 각 대학이 선택해야 한다"며 "그것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부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