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선은양·장우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이 마무리되고 선고만 남았다.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73일 만이며 비상계엄 사태 84일 만이다. 헌재는 선고기일은 재판관 평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헌재는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을 열어 증거조사,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종합변론, 탄핵소추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진행했다.
국회 측은 계엄 당일 국회 본청 지하 1층 CCTV 영상을 증거로 재생했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뒤에도 계엄군이 전기를 끊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담았다. 윤 대통령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한 김현태 특수전사령부 707특임단장의 모순을 지적하는 방송보도도 내보냈다.
윤 대통령 측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월담 장면을 담은 영상을 틀었다. 국회가 당시 봉쇄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22대 야당 국회의원 중 박선원·서영교·조국·이인영·김민석·박홍근·윤건영 의원 등 국가보안법 혐의 전과기록 명단도 제시했다.
국회 측은 종합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그 순간 더 이상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신속한 파면을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국회 측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국민 주권과 대의민주제를 근간으로 한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선거의 공정성을 부정하고 국가권력을 남용하면서 민주공화국의 근본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놓고도 "부정선거 음모론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해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대의제도의 신뢰성, 선거관리위원회와 수많은 투·개표 사무원, 참관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회복시켜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의 입법 폭거, 일방적 예산 삭감, 무더기 탄핵소추 등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은 개원 2주 만에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입법을 추진했고 시장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양곡 관리법 등 포퓰리즘 법안들을 통과시켰다"며 민주당의 예산 삭감의 일례로 "최근 방통위는 소송비가 없어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과징금 부과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과 함께 일할 사람은 모두 집에 보내고 예산은 모두 삭감하는데 국정이 마비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며 "야당이 초래한 국가 비상사태"라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인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41분간 최후진술을 진행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12·3 내란의 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도 계엄을 목격했다"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계엄 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전 국민이 텔레비전 생중계로 무장한 군인들의 폭력 행위를 봤다"라며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을 파면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이미 성숙 돼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함으로써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으로 얻을 국가적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77쪽에 이르는 최후진술서를 69분간 읽어내려갔다. '야당'이 44번 '간첩'이 25번 언급됐다. 사과는 두차례였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84일이 지났다.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면서도 계엄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계엄 트라우마를 악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12.3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은,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기각에 따른 직무 복귀 후 계획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기는 '책임총리제'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39분께 서울구치소에서 헌법재판소에 도착했으며 최후진술이 시작된 오후 9시5분께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헌재는 선고기일은 재판관 평의를 거쳐 주후 고지할 예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최종 변론기일 후 2주 후에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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