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의사 등 의료 인력의 적정 수급을 예측하고 조정하는 위원회인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 법안'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25일 오전 예정됐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일정이 지난 24일 오후 늦게 취소되면서다. 정부가 각종 대안을 내놨지만 의료계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1소위에서는 추계위 설치 관련 법안들을 원포인트로 심사·의결한 뒤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다. 추계위 관련 법안은 오는 26일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7일엔 본회의가 예정돼 이달 내 국회 통과가 전망됐다.
회의 일정이 취소된 이유는 정부와 의료계, 환자·소비자 단체 등이 추계위 독립성 보장 여부, 의결권 부여 여부, 전문가 구성 비율,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부칙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미애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복지위에서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추계위 법제화 논의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의대생 부모님들을 비롯해 오늘 처리를 기대하셨던 국민께는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이미 두 차례 법안소위, 19일 법안 공청회에 이어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이해 당사자인 의사협회, 환자 및 소비자 대표, 시민단체, 보건의료 노조 관계자를 차례로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신속한 추계위 구성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국민이 신뢰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복지부는 추계위 독립성 보장을 위해 복지부 장관 직속 별도 위원회로 두는 방안까지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 등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기구로 추계위를 설치하는 데 반발하자 새로 제시한 안이다. 김민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책이사는 공청회에서 "보정심은 2023년 첫 회의를 열고 나서 정책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협의를 포장하는 듯한 운영을 해 왔다"며 "추계위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 사례를 봐도 민간단체나 민간에 준하는 중개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정책 심의 기구인 보정심은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차관 등 정부위원(7인)과 의료계 및 환자단체 등 민간위원(17인)으로 구성돼있다.
복지부는 2026년도에 한해 각 대학 총장이 의대 모집인원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부칙도 수정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총장이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하는 데 의대 학장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의협은 부칙 자체가 뜬금없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추계위 법안에서 위원회 구성원으로도 언급되지 않은 대학 총장이 2026년 정원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근거나 의도가 명확치 않다"며 "추계위에서 논의·결정하기에 촉박한 상황이라면 부칙은 '별도의 절차를 따른다'는 정도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