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 재판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계엄 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외환 혐의부터 김건희 여사의 비상계엄 관여 의혹까지 검찰 수사가 미진한 대목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윤 대통령의 8차 변론 기일에서 단연 화제가 된 증언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 교환이었다. 김 여사는 계엄 전날인 12월2일 조 원장에게 문자를 두 통 받았고, 조 원장은 다음날 답장했다. 국정원장과 대통령 부인과의 대화가 이례적인 데다 문자를 주고받은 날이 비상계엄이 선포 전후다 보니 김 여사도 계엄에 일정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같은 날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김봉식 서울청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개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는 증언을 내놓으면서 의혹은 짙어졌다. 김 청장은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적절지 않다면서도 "특검이라든지 그런 것과 관련 없이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은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었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정황 중 하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폰 확보도 아직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비화폰을 갖고 있는 김성훈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세 차례나 반려했다. 김 처장의 신병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건 비화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검찰은 영장 신청 반려 사유로 "김 차장의 범행 고의성 인정 여부에 다툼이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세 차례나 기각되는 일은 통상적이지 않다. 김 처장의 구속으로 비화폰을 확보하게 되면 검찰 '윗선'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상 대통령의 형사소추가 가능한 범죄인 '외환유치죄'도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른바 1차 수집 대상인 야권인사 500명의 체포 명단이 적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70쪽짜리 수첩에는 비상계엄에 북한을 끌어들이려고 한 흔적도 있었다. 수첩에는 체포 대상을 처리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이 중에는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사령관에게서 이 수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내란범들의 공소장에는 넣지 못했다.
검찰이 아같이 남은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내란 특검'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에서 넘어온 윤석열 대통령 등 사건을 기소하다 보니 수사가 부족했을 수 있다"며 "외환 혐의 같은 경우는 수사가 진행돼도 내란 혐의와 별개로 추가로 기소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에서는 특수본 실무 수사를 맡았던 이찬규 공공수사1부장을 중심으로 공소유지를 해나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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