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선은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자신의 체포명단 1차 메모를 정리해준 보좌관이 명단의 존재를 확인한 증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좌관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헌재 증인으로 출석해 홍 전 차장 메모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메모를 정서(바르게 다시 쓰는 행위)해 준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홍 전 차장은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오후 11시6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적었고 11시30분 회의 참석 전 보좌관을 불러 그 명단을 다시 옮겨 정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자기도 못 알아보는 글씨를 보좌관에게 정리시킨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앞서 조태용 국정원장께서 제가 보좌관을 통해 정서하도록 했다고 직접 말씀했다"며 "이 보좌관은 제가 잘 못 알아보는 글을 몇 번 정서했던 사람"이라고 답했다.
조 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8차 변론에서 "보좌관 설명은 (계엄 당일인) 3일 밤에 홍 전 차장이 사각 포스트잇에 쓴 것을 줘서 본인이 정서를 한 건 맞는다고 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은 보좌관에게 정서를 시킨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메모를) 혼자 했으면 누가 내 말을 믿었겠냐"면서 "이번에 조 원장이 보좌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명단을 본 증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 명단을 작성한 장소를 공터에서 사무실로 정정했다. 윤 대통령 측과 조태용 원장은 국정원 내 CCTV 확인 결과 홍 전 차장이 메모를 한 장소는 애초 밝힌 공터가 아니라 사무실이었다며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에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면서 메모를 받아적은 장소가 어디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처음에 여 전 사령관이 저에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을 때는 공터에 있는 22시 58분 상황이었던 것 같고 이후 명단을 받아 적은 곳은 23시 6분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메모를 작성한 장소를 혼동한 배경도 상세히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했는데 두 통화의 시간 차이가 8분 밖에 되지 않기때문에 장소와 통화 내용을 섞어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진술했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첫 번째 통화에서 (여 전 사령관이)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고 받아 적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일반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며 보안폰으로 바꿔 통화하려 했지만 자신의 보안폰은 차관급 이상 주요 간부들만 통화가 가능해 여 전 사령관과는 통화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서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일반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라'고 했고 (여 전 사령관이) 바빠서 사람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적었다"고 설명했다.
증인 신문이 끝나고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이유는 격려 차원이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다 하고 올라와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이유는 네 차례 본 적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한 것 같아 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메모가 탄핵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통화한 걸 가지고 대통령 체포 지시와 연계해서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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