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선은양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 직전 국무회의에 대해 통상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며 당시 모든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다고 재차 증언했다.
이는 앞서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3명이 계엄에 찬성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과 전면 배치된다.
한 총리는 20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통상적인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형식적, 실체적으로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 총리는 "연락을 받고 국무위원들이 순차적으로 모였고 걱정과 많은 우려를 표현했다"라며 "(다만)이것이 국무회의인지 아닌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사법적인 절차와 수사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의 절차가 잘못됐다면서도 위헌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재판부 직권으로 질의를 이어갔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의 위헌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국무회의보다 간담회에 가까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재판관은 한 총리에게 "국무회의와 간담회는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간담회는 '개회한다', '폐회한다' 이런 게 없다. 안건이 필요하면 내기도 하고 구두로 이야기도 한다"고 답변했다.
김 재판관은 한 총리에게 "재판부가 증인에게 바라는 건 (국무회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대답해달라는 게 아니라 증인 개인의 생각을 대답해 달라"고 물었다. 김 재판관은 최상목 경제부 총리·김영호 통일부 장관·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의원들이 비상계엄 당시 정상적 국무회의가 아니였다는 증언도 한 총리에게 읽어줬다.
한 총리는 "개인적인 판단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말을 드린다"면서도 "많은 장관들이 (저에게) 이 국무회의가 어떤 성격을 갖냐고 물었을때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죠'하면 저도 거기 '상당히 동의한다', '개회도, 폐회도 없었고 안건제기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는 절차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그간 국무회의와 달랐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고 답변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이 모두 반대했다고도 강조했다. 한 총리는 국회 측이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었나"라고 묻자 "모두가 만류하고 걱정했다고 기억한다"라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국무회의에서 계엄을 찬성한 위원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회 측이 관련해 묻자 한 총리는 "제 기억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한 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을 받는 것을 본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다"고 했으며, 해당 문건을 자신도 받았는지 묻는 말에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이날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입법 폭주를 이어가 '경고성 비상계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 총리는 야당이 연이어 국무위원 탄핵을 시도했다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남은 국무위원 중) 두 사람만 일이 있어서 아웃(out, 직무정지)돼 버리면 국무회의가 없어진다"며 "제가 정치권에도 '이 정도 심각하다'고 몇 번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특별한 조치가 없어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야당 주도로 마련된 감액 예산안에 대해 '극단적인 입법독재 전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묻는 윤 변호사 질문에 대해 "다수의 일방적인 폭주"라고도 답했다.
야당이 발목을 잡은 법률을 꼽아달라고 묻자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 등 '에너지 3법'과, 반도체 업계를 주 52시간제 예외로 보는 '반도체특별법', '형법상 간첩죄 개정(간첩법)' 등을 꼽기도 했다.
쌀값 급락 시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동행명령 범위를 확대한 '국회 증감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수십~수백 번 거부권을 행사했어도 여야 협치가 가능했다고도 언급했다.
한 총리는 "재의요구라는 것은 견제·균형을 통해 최선의 지혜·공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하나의 자유민주주의 제도"라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임기 중 250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81번,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635번, 로널드 레이건은 78번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정부가 행사한 재의요구권이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헌재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시작 5분 만 한 총리 증인신문이 시작되기 전 심판정을 떠났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퇴정한 후 1시간 정도 지난 후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심판정에 앉아 있고, 총리가 증언하는 걸 대통령이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고 국가 위상에도 좋지 않다'고 해서 양해를 구하고 퇴청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