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방송사에 제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노태헌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신라젠이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유력 정치인이 투자했다는 점이 신라젠 전환 사채 투자금 모금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최 전 총리가 신라젠에 투자했다고 허위로 주장할 동기와 개연성 모두 있다고 인정이 된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은 당시 채널 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심리적 부담 내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로 드러날 수 있는 답변을 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라는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 전 대표의 제보가 비방의 목적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이자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를 거친 사람에 대해서 유착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제보한 것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정의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이날 배우자 손모 씨를 VIK 자회사인 밸류인베스트파트너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급여를 지급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횡령 금액이 상당하고 자신의 아내를 아무 일을 하지 않는 명목상의 사내이사로 등재해 보수를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한 점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횡령금을 대여금으로 전환, 상당 부분 변제해서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당국 인가없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3만여명으로부터 7000억원 모으는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14년6개월 복역 중인 점도 고려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MBC 서면 인터뷰에서 '최 전 부총리와 측근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MBC는 같은 해 4월 이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 전 부총리가 5억원, 그의 주변 인물이 60억원을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말을 당시 신라젠 대표에게 들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최 전 부총리는 사실이 아니라며 MBC를 상대로 3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표와 MBC 관계자 등은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MBC와의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MBC 관계자 등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임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