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과 상사의 폭언으로 인한 급격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숨진 근로자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업무 과중과 상사의 폭언 후 급격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숨진 노동자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송명철·고철만 부장판사)는 증권사 영업사원 A 씨의 배우자 박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1월28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 씨의 배우자 A 씨는 2005년 한 증권사에 입사해 영업 전문직 사원으로 주식 중개 및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1년 5월 11일 오전 출근 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이튿날 숨졌다.
사망진단서에 직접 사인은 심장파열이었으며 원인은 변이형협심증에 따른 심근경색증이었다.
이에 박 씨는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2022년 2월25일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의 업무에 따른 과로, 급격한 스트레스가 지병인 변이형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고, 결국 급성심근경색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1년 4월과 5월에는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돼 평소보다 주식 주문 건수가 10~20배가량 늘어났고 고객 상담, 문의 역시 급증했다. 2021년 1~3월에는 2~3건 정도였던 하루 평균 주문 건수가 4월에는 31.7건, 5월에는 62.7건으로 늘어났다.
A 씨가 쓰러진 날은 많은 관심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일로 주가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30% 이상 급락했고, 주식 주문용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주문을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A 씨의 상사는 A 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고 A 씨는 '지금 완전 지친 상태다', '지금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고 다 난리다'라는 답장을 보낸 몇 분 후 쓰러졌다.
재판부는 "스트레스는 변이형협심증 증상을 발현하는 촉발요인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보다는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이 증상 발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감정의 소견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