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음주 상태로 교통사고를 낸 후 도주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가벼운 음주를 했을 뿐이며 이른바 '술타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항소5-3부(김지선·소병진·김용중 부장판사)는 12일 김호중 등 3인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범인도피교사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호중 측 변호인은 이날 준비해 온 PPT 화면과 함께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김호중은 하늘색 수의를 입고 목발을 짚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김 씨 측은 "김호중은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만 원심판단 중 죄책보다 과중하게 판단된 것이 있다"라며 "자신의 전체 사건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부인하거나 다투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히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될 때 수사기관이 혈중알코올농도 0.031%를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서도 음주대사체 수치가 6.84mg/L에 불과하다. 70mg/L을 상당 음주로 보는데 6.84는 10분의 1도 해당되지 않는 가벼운 음주"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적극 반박했다. 술타기 수법이란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경찰의 음주측정을 피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를 조작하기 위해 사고 후 추가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말한다.
변호인은 "만약 술타기 목적이 있었다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캔맥주가 아니라 양주 등의 독한 술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술타기를 하려 했다면 경찰에 출두했을 때 '술을 마셨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김호중은 오히려 처음에는 음주 사실을 부인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 변호인은 "결과적으로 김호중이 사고 후 음주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지만 술타기 수법을 사용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초기 수사 과정에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열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김호중이 개인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언론 등에 공개된 김호중이 비틀거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두고 변호인은 음주 때문이 아니라 건강상 이유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씨는 선천적으로 한쪽 발목에 기형이 있어 걷는 데 장애가 상당히 있고 평소 걸음걸이에도 문제가 있는 모습이 방송에도 많이 드러나 있다"라며 "이 부분이 과도하게 강조돼 음주라는 것은 잘못된 단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호중이 사고 당시 통화에 집중하며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주의력이 분산돼 사고가 발생한 것이지, 술에 취해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김 씨 측 변호인은 "사고 직후 김호중이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도피를 직접 지시하거나 계획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이광득 전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본부장 전 모 씨가 이미 독자적으로 도피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김호중은 이를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호중의 사고 전후 CCTV 영상과 사고 직후 통화 녹음이 재생됐다. 영상에는 김호중이 술집을 출입하는 장면,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 사고 당시 상황 등이 담겼다.
재판부는 오는 3월 19일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시킨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로 구속기소 됐다.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던 김 씨는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도 적용해 김 씨를 검찰에 넘겼지만 기소 단계에서는 빠졌다. 역추산만으로는 음주 수치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1심은 지난해 11월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