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친인척에게 500억원대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로 기소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측이 첫 재판에서 증거 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혐의 인정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성모 전 우리은행 여신부행장과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 씨 등 재판도 병합돼 함께 열렸다.
손 전 회장 측은 증거 기록 열람을 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손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가장 빠른 (증거 기록 열람 복사) 기일은 다음 달 4일이라고 했다"며 "지난 기일에 검찰이 즉시 가능할 것처럼 말했지만, 1월16일 이후 기록 등사가 완료돼서 3월 중에 될지도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들이 열람 등사를 빨리할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며 "그래야 진행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1시30분께 법원에 도착한 손 전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는지', '부당대출 금액이 2배 늘었는데 입장이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김 씨, 성 전 부행장과 공모해 김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총 23차례에 걸쳐 약 517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 준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불법대출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임 전 본부장은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임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수사에 협조했고,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성 전 부행장 측 변호사는 "해당 행위를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고의도 없었고 부당대출과 인과관계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손 전 회장의 다음 공판은 4월1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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