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단전·단수 쪽지 봤다"…지시 여부는 소방청장과 엇갈려(종합)
  • 선은양,송다영 기자
  • 입력: 2025.02.11 15:03 / 수정: 2025.02.11 15:18
"계엄 선포 전 회의, 국무회의 맞다" 한덕수 등과 다른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선은양·송다영 기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대통령실에서 '소방청 단전·단수'라고 적은 종이쪽지를 봤다고 증언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도 소방청장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며 소방청장의 국회 증언과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 건물에 단전·단수를 구두로라도 지시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이 전 장관은 "언론 보도처럼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 행안부 장관에게는 소방청장을 지휘하거나 지시할 권한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전·단수가 소방청 업무인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상황 당시 소방청장과 나눈 통화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종이쪽지를 몇 개 본 게 있다. 그 중 '소방청 단전·단수' 내용이 적혀있었다. 대통령께 국무위원들의 분위기를 생각해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러 들어간 자리에서 얼핏 본 것"이라며 "(쪽지가)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사무실로 돌아간 다음 마음이 쓰여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큰 사건, 사고가 접수된 것은 없는지 각종 시위와 충돌 상황을 묻고 국민 안전을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청장과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소방청장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검찰에 상세히 진술했고 소방청장과 대화 내용은 탄핵과 관련이 없다"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증언하면 '소방청장에게 가이드 라인을 준다', '향후 진술에 영향을 준다' 등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선 소방청 지휘부의 증언과는 다르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상민 전 장관이 경찰청 쪽에서 한겨레, 경향신문, MBC,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언론사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허 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연락해 같은 내용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영팔 소방청 차장도 서울소방에 경찰청에서 포고령 관련 협조요청이 오면 적극 협력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국무위원들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회의를 국무회의로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한덕수 국무총리,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조사기관 등에서 한 발언을 예로 들며 "참석하신 분들이 '내가 지금 국무회의를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못 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이 "증인은 (당시 회의가)국무회의라고 생각을 했나"라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그날 열린 회의가) 국무회의가 아니라면 비상계엄 선포를 30분 가까이 미루면서 의사정족수인 11명이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가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피하면서도 "제가 행안부 장관으로 2년 넘게 재임하면서 국무회의를 100번 넘게 참석했다"며 "국무위원끼리 열띤 토론이나 의사전달이 있었던 적은 (그날 회의가 )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튿날 개최된 해제 국무회의는 1~2분 만에 끝나버렸지만 성립 여부에 대해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저는 해제 국무회의보다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훨씬 실질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증인신문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자꾸 누르니까 아마 일부 국무위원들이 그런 식으로 답변을 한 것 같은데,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간담회를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계엄 선포 전에 열린 회의가 국무회의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다른 국무위원들의 입장과는 어긋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 등에서 "국무회의라고 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고 절차적·실체적 결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경찰 조사에서 "당시 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무회의라면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론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이날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입정했다. 윤 대통령이 들어오자 대리인단 전원이 기립해 90도 인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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