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이다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윤석열 대통령 일방 주장을 담은 안건을 재상정한 10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권위에 몰렸다. 이들은 대통령의 인권을 보장하라며 안건 상정, 가결을 압박했고, 일부는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이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3시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은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것으로, 윤 대통령 측 일방 주장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13일에도 해당 안건 상정을 위해 전원위원회를 열려고 했으나 인권위 직원 및 시민단체의 반발 등에 부딪혀 철회했다. 지난달 20일에도 재상정하려다 취소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인권위 앞 계단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70여명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 '윤 대통령 인권 보호하라', '방어권 권고하라' 등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교차로 흔들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적극 지지한다' 팻말을 든 60대 남성은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 대통령이 국민이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노매드 크리틱'을 운영한다는 윤석종(30) 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가둬놓는 게 말이 되냐"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역사를 써주고 계신 여러분 감사하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22일까지 인권위 앞 계단에서 24시간 집회 신고를 해놨다고 주장했다.
회의 시작을 약 1시간 앞두고는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이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 시민단체 등에서 회의를 무산시킬 것을 우려해 건물 내부로 들어온 이들은 1층 로비에 앉아 농성을 벌였다. 유튜버들은 유튜브 방송 등을 진행하며 "회의가 원만하게 개최돼야 한다"고 초조함을 드러냈다.
일부는 회의가 열리는 14층에 올라가려 시도하다 저지당했고, 이에 고성과 욕설 등을 내뱉었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공개회의로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사전 방청 신청을 받았다. 인권위는 방청 확정 안내를 받은 이들에 한해 신분증 제출 후 방청권을 교부받아 14층 대기실 및 회의장으로 입실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3대의 승강기 앞에 있는 안내데스크 탁상 위에 팔을 걸치며 "버튼이 안 눌린다", "왜 막고 있는거냐", "회의장 앞에만 있겠다", "우리 사람들이 가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위는 승강기 3대 중 2대를 14층 버튼이 눌리지 않도록 조치했다.
결국 오후 1시42분께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방청권 없이 14층에 올라가 인권위 직원의 입장을 막았고,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 복장을 착용하고 회의장 앞에 선 A 씨에게 "112 신고가 들어왔다. 출입문을 막고 입장을 막았다고 하는데, (입장이 막힌 사람이) 인권위 직원이었다. 함부로 그러시면 안 된다. 권한 없는 행동이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되느냐"고 묻는 A 씨를 향해 "그런 건 아니지만 다음부터는 미리 확인을 받으라"고 안내했다.
오후 3시 회의 시간이 임박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건물 1층 로비에는 파란색 안전띠가 세워졌다. 안전띠 안쪽에는 60여명이, 승강기 앞에는 40여명이 모여 고성을 질렀다. 이들은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 등 손팻말을 든 채 "자유대한민국이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통령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건물 관리사무소는 "집회 시위 참가자들은 안전을 위해 질서를 유지해 주시길 바란다"는 안내 방송을 했다. 이어 3시5분까지 3차례 방송을 반복했다. 오후 3시2분께 경찰은 인권위 정문 입구에 6명을 추가 배치하고 "못 들어오게 막으라"고 지시했다. 1층에 있는 3대의 승강기 앞도 경찰이 지킨 채 허가되지 않은 출입을 막았다.
이날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및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후 2시에 인권위를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으로 약 350명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집단진정 및 정책권고를 제기할 계획이었으나 낮 12시41분께 취소하고 다음날 오전 10시로 연기했다. 오후 3시 예정했던 전원위원회 방청 또한 함께 취소했다. 비상행동은 "오늘 인권위에 극우세력이 결집해 난동을 부리고 있어 참여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오늘 기자회견 및 방청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inji@tf.co.kr
answer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