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출석 직전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기)으로 검찰 수뇌부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사태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지급했던 비화폰이다.
6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8일 검찰에 자진 출석하기 전 비화폰으로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하고 그 배경을 수사 중이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조사한 뒤 긴급체포하고 구속했다.
해당 비화폰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김 전 장관에게 지급했고, 김 전 장관은 다시 노 전 사령관에게 최종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4일 계엄 해제 이후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을 통해 비화폰을 김 전 장관에게 반납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자진 출석 전까지 비화폰을 갖고 있다가 이 차장검사와 통화 후 경호처에 반납한 것이다.
이 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의 자진 출석을 설득하기 위해 통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차장은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김 전 장관이 군사 보호시설 안에 있어 사실상 영장을 받아도 집행할 수 없다"며 "자발적인 출석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고 수사팀에서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설득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나눈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화폰은 도감청·통화녹음 방지 프로그램이 깔린 보안 휴대전화로, 서버에 담긴 자료가 수사 핵심 단서로 여겨진다. 이에 특수단은 지난 3일 경호처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사용하던 비화폰과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비화폰 서버가 있는 경호처 사무실 압수수색도 시도했다. 하지만 경호처가 군사기밀 장소를 이유로 막아서면서 끝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특수단은 김 차장이 김 전 장관에게 지급한 비화폰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김 전 장관과 이 차장이 통화한 배경을 조사하는 데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김 차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재차 반려한 이유를 두고 두 사람의 통화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해 특수단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재차 반려했다. 특수단은 지난달 18일에도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검찰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검찰이 경찰의 비화폰 수사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차장은 이날 3차 청문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이 경찰에서 신청한 김 차장 구속영장을 반려하며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경호처 차장에 대한 수사와 내란 관련 비화폰 수사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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