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한 사실을 재확인했다. 국가안보실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사과도 건의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4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대리인의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다만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며 직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는 자필 메모도 헌재에 증거로 제출됐다. 홍 전 차장은 "적다 보니 이게 뭐지,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날 국회 측은 "당시 여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워딩이 체포조가 맞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체포 대상을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서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느냐"는 국회 측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날 변론기일에는 홍 전 차장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대화 내역도 공개됐다. 메시지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모시는 분(윤석열)의 멱살을 잡을 양 이야기하셔야 한다',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에 지금 말하는 심경을 말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대통령을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 내용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싹 다 잡아들여라'라는 말의 대상은 간첩이었다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측 대리인이 여 전 사령관과 통화 중 간첩 이야기가 나왔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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