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법원이 또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사가 시작된 지 6년3개월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현재까지 검찰의 완패라고 볼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수사는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사 책임자들은 현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 부장검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 서울중앙지검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다. 이 원장이 수사·기소를 주도했으며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도 받았다. 2020년 6월 수심위는 '10대3'이라는 과반이 넘게 불기소 의견을 보였다. 이를 무릅쓰고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을 기소했다. 수심위 제도가 도입된 201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수심위 권고와 반대되는 판단을 내린 사례다.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회장 측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기간 동안 300여명을 860회 조사하고 50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했다. 강제 수사를 받던 임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위법한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1심은 검찰이 이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삼성바이오 서버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전자정보를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수집증거로 보고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비슷한 이유로 위법한 압수수색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를 하고 1360쪽에 이르는 항소이유서와 2000개의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지만 결론은 뒤집히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원심의 무죄를 그대로 유지한다"라며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판단을 유지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용 회장의 1심 무죄 당시 "기소 당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중에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심 선고에 앞서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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