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엄호한 김용현 "최상목 쪽지·포고령 작성·체포 지시 다 내가"
  • 송다영 기자
  • 입력: 2025.01.23 18:56 / 수정: 2025.01.23 22:12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 출석
"국회'의원' 아니고 '요원' 끌어내라 지시"
"비상계엄 동의 국무위원 있지만 말 못 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포고령 1호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놓고는 "'의원'이 아니라 '(현장 투입)요원'을 끌어내라"는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군 관계자들이 밝힌 비상계엄 당시 증언과 전면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서 비상입법기구 계획이 담긴 쪽지는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신문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건넨 적이 있나'라고 묻자 "있다.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쪽지 작성자에 대해선 "제가 (썼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쪽지 작성 이유에 대해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 소요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예비비 확보를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것"이라며 "국회 보조금·지원금 차단은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는 최상목 대행의 증언과는 다르다. 최 대행은 지난달 국회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들어가시다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다. 대통령이 직접 주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통령이 들어가시면서 제 이름을 부르시며 이것을 참고하라고 하니까, 옆의 누군가가 저한테 접혀 있는 자료를 하나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쪽지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자신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들의 동정 파악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자신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들의 '동정 파악'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김 전 장관은 '국회의 정치활동 금지' 등이 명시된 포고령 1호도 자신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관사에서 직접 워드로 작성했다"며 "과거의 포고령을 참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정치활동 금지'와 관련해 "국회의 입법이나 계엄 해제 결의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 지휘부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도 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김용현 장관이 국회의원을 빼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그런 말 한 적)없다"라며 윤 대통령 측이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광 전 사령관에게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라고 한 것이 의원으로 둔갑한 것인가"라고 묻자 "네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동의한 국무위원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국회 측이 "(찬성한 국무위원이)누군가" 묻자 김 전 장관은 "제가 말하긴 곤란하다"며 답을 피했다.

또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로 진입하라', '두 번, 세 번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지시했다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자신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들의 '동정 파악'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지시가 아니고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들 불러주면서 그 인원들의 동정을 잘 살펴라 그렇게 지시한 바는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형식 재판관이 "동정을 파악하다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하러 한 것 아니냐"고 묻자 "필요하면 체포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윤 대통령은 이날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12월 1일 또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포고령이 법적으로 검토할 게 많았지만, 집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고 웃으며 말했던 상황이 기억나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말하니까 기억난다"라며 "평상시보다 꼼꼼히 보시지 않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이유가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형두 재판관이 "포고령 내용과 기재부 장관에게 준 기내 내용을 종합해서 보면 결국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데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하자 "입법활동까지 막겠다는 건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주신문 이후 돌연 "형사 재판을 받는 중인데 반론 질문을 허용하면 사실이 왜곡될 수 있다"며 증언을 거부해 한때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증인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한다.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알아서 해라"고 지적했다. 휴정 후 김 전 장관이 변호인과 상의 후 입장을 바꿔 증인신문이 재개되기도 했다.

재판은 4시간 여만인 오후 6시 22분에 끝났다. 재판부는 오는 2월 4일 오후 2시에 5차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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