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전면 부인하는 윤 대통령…공수처와는 숨바꼭질
  • 장우성 기자
  • 입력: 2025.01.22 00:09 / 수정: 2025.01.22 07:15
헌재 출석해 적극 대응
공수처 조사는 계속 회피
'부정선거' 이슈화 조짐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는 출석해 적극적으로 임하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는 계속 불응하고 있다. 발언권이 보장된 헌재 심판정에서는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여론전을 벌이고 앞으로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조사는 최대한 회피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1일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먼저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던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출석하지 않았던 헌재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안을 편성하라는 지시를 담은 문서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를 본 뜬 비상입법기구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도 유일하게 질문했던 핵심 쟁점이다. 그러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작성했다는 듯한 여지를 남겼다. 최 장관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면담한 뒤 참고하라며 접어서준 문서를 현장에 있던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해줬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의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등장한 '도끼나 총을 써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혐의도 부정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검찰에서 진술하는 등 여러 증거가 제시됐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도 부인했고 위헌 논란이 있는 포고령은 실행 의사가 없었고 작성도 김용현 전 장관이 했다고 발을 뺐다. 홍장원 전 국정원1차장 등을 비롯해 다수가 증언하고 물증도 나온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체포 지시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에는 방어선을 치면서 부정선거 의혹으로 역공했다. 부정선거론은 애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담화문에는 없었지만 탄핵심판에 이르러 쟁점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여러 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투버 등 지지세력을 움직이기에 가장 적합한 이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01.2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01.21. 사진공동취재단

공수처에는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헌재 심판 종료시간에 맞춰 강제구인이나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았지만 피의자를 만나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기일 종료 뒤 국군서울지구병원을 방문했다가 조사가 불가능한 오후 9시가 넘어서야 구치소로 복귀했다. 공수처는 전날도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접견을 이유로 시간을 끌면서 결국 무산됐다. 윤 대통령은 첫 조사인 지난 15일 신원 확인조차 거부하는 등 공수처 조서의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없애려는 치밀함을 보였다.

늦어도 오는 28일까지는 검찰에 사건을 송부해야 하는 공수처는 이제 시간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 강제구인을 계속 시도하겠지만 현장조사도 염두에 둔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계속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할 경우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최악에는 윤 대통령 조사 없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사건 조기 이첩을 위해 공수처에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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