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이다빈 기자] 헌정 최악의 '사법 테러'로 남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두고 인근 주민들이 "평화롭던 법원가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집회 규모가 급격히 늘며 시위대가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 주민과 상인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18일부터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였다. 지난 17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주로 집회를 열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법원 앞으로 장소를 옮겨왔다. 인근 식당에서 근무하는 박태준(24) 씨는 "공덕동은 원래 조용한 동네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지난 17일에도 집회하는 사람들은 있었다"고 했다.
이전까지 눈에 띄는 소란은 없었던 집회 분위기는 다음날 급격히 변했다.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면서다.
박 씨는 "오후 2시부터 사람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집회 참가자였는데, 주문하지 않고 매장에 앉아 얘기하거나 식사하던 경찰에게 시비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많으니 매장 자동문 버튼도 가방 등에 치여 계속 열렸다"고 덧붙였다.
시위대는 법원 앞에 진을 치고 '탄핵 반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법원 정문 앞에 드러눕는 등 유세를 이어가다 경찰의 해산 명령이 내려지자 법원 인근 골목과 맞은편 도로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같은날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이 서울서부지법 앞으로 합류하면서 오후 4시께 집회 인파는 배로 늘었다. 이날 오후 5시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 4만여명을 기록했다.
법원 인근 상가 주차장 관리인 김모(68) 씨는 "영장 발부를 앞두고 표적이 법원으로 바뀐 것"이라며 "오후 4~5시가 되자 광화문 집회에서 떼를 지어 몰려왔다. 술 마신 사람도 있고 여럿이 모이니 그 기세를 믿어선지 '광화문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좀 쉬었다 가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씨는 "나는 웃으면서 대응해야 하지 않냐. '여러분 집회하러 오셨으면 집회하시면 되는 것이지 왜 남의 건물 주차장에 오시냐. 이거 업무방해요' 하니 '업무방해는 무슨 업무방해냐. 당신은 남의 땅 한 번 안 밟고 사냐'면서 떼를 쓰더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폐쇄회로(CC)TV를 16배속으로 돌려보던 김 씨는 "내가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빡 않는 사람인데 우리 주차장에 와서 나한테 욕을 하고 도시락이며 과일껍질이며 오만 쓰레기를 버려 오늘 아침에 싹 치웠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오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근무했다.
이날 새벽 3시께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시위대는 폭력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법원 정문 앞 바리케이드를 세우는 등 경비 체제를 강화하자 이들은 후문을 노려 법원에 침투했다. 후문 골목과 연결된 가게 출입구를 이용하거나, 펜스를 넘어 법원으로 무단 침입했다.
박 씨는 "경찰이 법원 뒤편으로 진입할 수 없게 통로를 막아놓으니, 집회 참가자들이 저희 가게에 법원 뒤 골목으로 연결되는 후문이 있어 그곳으로 나가겠다고 밀고 들어왔다"면서 "처음에는 매장에 들어오는 걸 제지했는데, 집회 참가자들이 많아지면서부터 통제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은 '폭동 후유증'도 호소했다. 법원 후문 앞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전모(78) 씨는 "보다시피 (법원) 코 앞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직도 충격"이라고 말했다. 가게 유리문 너머로 깨진 외벽과 뿌리 뽑힌 서울서부지법 현판이 바로 보였다.
계산대 안 의자에 모로 앉아 머리를 기대던 그는 "새벽 3시께 깨지는 소리가 나서 보니까 난리도 아니더라. 내 나이 80살이 다 됐는데, 참 뭐 이런 일이 다 있나"며 "집회 인파가 가득하니 일반 손님은 당연히 못 오고, 출입문 앞도 가로막혀 함부로 나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전 씨는 "초저녁에는 경찰 병력이 많았는데, 오후 10시께 되니 좀 빠지더라"면서 "새벽녘에 영장 집행이 됐는데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은 서부지법 폭동으로 총 90명을 체포해 19개 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90명 가운데 절반이 20~30대로 밝혀졌다. 경찰은 6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90명 외에도 휴대전화, 채증 자료, 유튜브 동영상 등을 분석해 불법행위자 및 교사·방조 행위자 등을 확인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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