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거개입" "할머니 폭행"…과격시위 부추기는 가짜뉴스
  • 송호영,조채원 기자
  • 입력: 2025.01.20 15:34 / 수정: 2025.01.22 11:22
언론사,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통해 확대 재생산
전문가들 "낮은 사회적 신뢰도와 정치 양극화 원인"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촬영 중인 취재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정인지 기자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촬영 중인 취재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정인지 기자

[더팩트ㅣ송호영·조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분별한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중국의 선거개입', '할머니 폭행'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가 가짜뉴스의 유포와 재생산을 낳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가짜뉴스에 기반한 확증편향의 영향이라는 지적이다.

20일 일부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등에는 가짜뉴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가짜뉴스 중 하나는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이다. 모 인터넷 언론사는 지난 16일 "미군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당일 우리 계엄군은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경기 수원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검거된 이들을 미군 측에 인계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사유로 밝히는 부정선거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취지다. 구독자 147만명의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는 '선거연수원 중국인 99명 미국 압송설. 오키나와 현지 팩트체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인터넷 언론사 보도와 맞아떨어진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날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밀폐된 선거연수원 일부 동에 중국공산당 연수생 99명이 머물고 있던 것", "2020년 코로나 때 수원시가 해외에서 온 무증상 자들을 연수원에서 임시격리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그때 수원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 그때부터 계속 있던 것 아니냐" 등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탄핵 반대 집회에서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이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등 허위 발언을 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 출신 한 인사는 유튜브채널 고성국TV에서 "윤 대통령은 (체포가 아니라) 자진 출석이다. 지금 집에 가도 된다"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윤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무분별한 가짜뉴스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대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인터넷에 확산했던 "윤석열 대통령 체포·탄핵 촉구 집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폭행당한 경찰이 머리를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허위사실이 퍼졌다. "모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가 할머니를 때려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모 방송사 기자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가담했다" 등 주장도 제기됐다. 허위사실이라는 해명에도 의혹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원인을 사회적 신뢰 부족과 심화한 정치 양극화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을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생산, 유통하는 것을 가짜뉴스라고 정의한다면,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고 양 진영이 정치적으로 극렬히 대립하는 상황이 가짜뉴스가 기생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신뢰 지수가 낮다 보니까 어떤 사실을 믿기 쉽지 않게 되고 선전이나 선동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권이나 법원이 오해 받을 수 있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행동과 말들을 하다 보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분노가 쌓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규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취약한 상태"라며 "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은 가짜뉴스에 기반한 확증편향으로 촉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정치적 합의로 적절한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어디서부터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길러야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hysong@tf.co.kr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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