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정인지·이윤경 기자]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로 인해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휩쓸고 간 서부지방법원은 이틀이 지난 이후도 여전히 참혹했던 현장 그대로였다. 경찰은 법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제했고 인근 주민과 상인들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죽을뻔 했다'고 하소연했다.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근처에는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저지했다. 법원 바로 앞을 지나갈 수 있는 건 직원증이 있는 법원 관계자와 민원인 뿐이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은 150m가량 거리를 우회해서 가야 했다. 일부 직원들은 '지나갈 때마다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냐', '그럼 신분증도 계속 챙겨서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이냐'며 불편을 호소했다.
오전 9시께 법원 앞에는 경찰 버스 6대가 차 벽을 세우고 차량 진입을 막고 서 있었다. 경찰차 2대도 맞은편에 대기 중이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라고 적힌 입간판은 찌그러진 채로 법원 뒤편에 방치돼 있었다. 법원 앞에 비치돼 있던 근조 화환은 뼈대만 남아 앙상했고, 법원 현수막도 찢어진 상태였다.
부서진 법원 건물은 복구가 진행 중이었다. 건물 가벽은 깨져 날카로운 상태로 남아 있었고 일부 벽돌도 뜯겨 나갔다. 유리창에는 금이 갔고 아예 깨져버린 부분에는 보양지를 덧대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목장갑을 끼고 부서진 벽과 창문 등을 만지며 살펴보고 지나갔다.
주변 상인들은 지난 주말 집회 현장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서부지법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날씨가 추우니 사람들이 들어와서는 나가질 않았다"며 "사람이 많으니까 쓰레기도 많고 청소하는 것도 힘들었다. 앞으로 계속 집회가 열리면 감당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편의점에서 근무했던 전모 씨(78) 씨는 "소리치고 북 치고, 나팔도 불고 (시끄러워) 죽을뻔했다"며 지난 주말을 떠올렸다. 이어 "잠을 못 자서 피로가 안 풀린다"며 "폭동이 일어났는데 막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하면서 손사레를 쳤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버린 쓰레기들도 가득했다.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유령표 선거인명부 선관위는 공개하라', '좌파 판사 카르텔 척결' 등의 피켓과 태극기는 법원 담벼락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쓰고 남은 핫팩과 과자 비닐, 페트병 등도 널브러져 있었다. 서부지법 맞은편에 있는 한 카페에도 지난 주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는 신문지와 맥주캔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고 파라솔을 꺾여서 기울어진 상태였다.
법원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변호사 C 씨는 "민원실 쪽이 많이 파손된 것 같다. 법정 쪽은 괜찮은 것 같은데 민원실 쪽은 보이지도 않고 출입이 다 막혀있다"며 "다른 변호사들도 법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놀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변호사도 "오전에 재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법원이) 잘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부지법은 재판 지연과 장소 변경 없이 그대로 진행된다. 법정 내부는 따로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지법의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최종 파악되지 않았으나 1층 민원실과 외벽, 유리창은 물론 전산장비, 일부 판사실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