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송다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7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된 만큼 윤 대통령의 구속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내란 수괴 혐의와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공수처는 이번 심사에 부장검사를 포함해 6~7명의 검사를 보낸다. 전날 체포적부심사에는 차정현 수사4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이 출석했다.
공수처는 영장심사에서 최소 무기징역·금고에 처할 수 있는 내란죄의 범죄 중대성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찰 두차례, 공수처 세 차례 등 다섯 차례나 조사에 불응했고 체포영장 집행을 장기간 저지한데다 체포 이후에도 조사를 거부하는 등 형사사법 절차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근거로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불법 수사이고 체포영장도 부적법했다는 주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고 주요 사건 관계자가 모두 구속된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국헌 문란 목적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예상된다.
다만 전날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각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윤 대통령 측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직접 심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서부지법에서 열리는 이번 영장심사에는 출석하지 않고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해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의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미 12.3 비상계엄 사태의 공범들이 모두 구속됐기 때문에 법원이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됐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대통령은 10일간 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10일간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기소는 검찰의 몫이다.
기각될 경우 공수처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구속영장을 다섯번 법원에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된다면 6전 6패의 오명을 쓰게 된다. 이미 체포영장 1차 집행 실패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치명상이 예상된다.
역대 전·현직 대통령 중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한 경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가 인용돼 대통령직을 상실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포토 라인에 멈춰서지 않고 바로 서울중앙지법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자택에서 대기하던 중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됐다. 1995년 구속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1997년 이전이기 때문에 심사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