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일TV 등록 승인한 공무원 징계는 부당"
입력: 2025.01.13 07:00 / 수정: 2025.01.13 07:00

"PP등록제, 언론 사전 허가제처럼 운영되면 안돼"

방송 채널이 송출한 내용이 논란되자 2년 전 등록 당시 담당 공무원을 소급 징계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방송 채널이 송출한 내용이 논란되자 2년 전 등록 당시 담당 공무원을 소급 징계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북한 체제를 선전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통일TV의 방송채널용사업자 등록을 승인해줬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에 내린 징계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송명철 고철만 부장판사)는 A 씨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방송채널용사업자(PP·Program provide)' 등록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일했다. A 씨가 이 부서에 부임할 당시 통일TV는 PP 등록이 두 차례 거부된 뒤 세 번째 등록을 신청한 상황이었다.

통일TV는 2018년 설립돼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PP 등록을 신청했으나, 방송 공익성을 깊이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당한 뒤 2020년 3차 PP 등록을 신청했다.

이에 부서 실무진은 통일부 등 관계 부처에 의견 조회를 요청하고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 사업계획서 보완 등 절차를 거쳐 A 씨의 명의로 통일TV의 PP 등록을 승인했다.

이후 통일TV가 북한에서 제작된 영상물을 방영하자 과기부는 PP 등록을 취소했다. 과기부 중앙징계위원회는 A 씨가 실무진에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실무진의 부실한 검토 의견에 재검토를 지시하지 않는 등 직무를 태만히 했다며 정직 1개월을 의결했다. A 씨는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통일TV PP 등록 과정에서 A 씨가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어 정직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A 씨가 통일TV를 승인하도록 실무진에게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특혜를 준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당시 실무진들에게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면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발언을 PP 등록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는 언론에 대한 사전 허가 제도처럼 운용돼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또 사업계획서 보완 요청도 부당한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 씨가 B 채널 등록 신청을 승인할 때는 무단으로 북한 방송물을 방송하리라 예상할 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통일부에 의견을 구하는 등 절차를 지켰고 승인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가 오고간 정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채널 승인 후 2년이 지나 PP 등록 심사 과정을 문제 삼아 A 씨를 소급 징계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송채널사용사업은 허가 사항이 아니라 등록 사항인데 방송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심사 과정부터 문제 삼는다면 공무원으로서는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등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방송채널사용사업지 등록 제도가 사실상 헌법에서 금지하는 언론 사전 허가제와 같이 운영돼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판시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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