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도 '체포영장 불법성' 이유로 저지
박근혜 탄핵 때도 형법 위반 사유 제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30일 체포영장 발부 이후 열흘 넘게 경찰과 대치하면서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논리는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에 따라 탄핵 심판 청구는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해서도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체포영장을 놓고는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 받아 불법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쟁점1-탄핵심판 내란죄 '철회'는 각하 사유인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서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 △내란에 해당하는 국헌 문란 행위로 헌법, 계엄법, 형법(내란죄,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위반 등이 사유로 담겼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지난달 27일 "내란 행위를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형사범죄 판단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소 재판 기본 개념에 따라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형법 위반은 형사 법정에서, 헌법 위반은 헌재에서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단순히 2가지 소추 사유 중 1가지가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탄핵소추서의 내용 80%가 철회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내란죄를 범했기 때문에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적합하지 않으므로 탄핵소추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평가"라고 반박했다.
헌법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국회는 탄핵심판 과정을 단축하고 신속한 진행을 위해 내란죄를 따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지 탄핵소추 사유 자체의 철회가 아니다"라며 "국회가 형법을 빼고 주장하겠다고 해도 판단은 헌재가 하는 것이고, 국회의 재의결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도 헌재는 형법 위반 여부를 5가지 쟁점에 포함했다가 일부를 제외한 바 있다. 국회의 재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뉴시스 |
◆쟁점2-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 있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검찰·경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이면서 내란죄 수사권이 어느 수사기관에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이후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체포영장 집행 이의신청을 기각할 당시 서울서부지법은 "이 사건 체포·수색영장 혐의 사실에는 내란죄뿐만 아니라 직권남용권리행사죄 혐의사실 포함돼 있다"며 "이는 형법 123조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공수처법 2조3호 가목에 포함된 범죄"라고 짚었다. 이어 "그것과 관련 있는 내란죄 혐의사실에 포함했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내란죄 수사권은 애초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가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법을 개정해 대공수사권 전반을 경찰에 넘겼고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 범죄에서 제외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 이후 직권남용죄를 검찰 수사범위 안에 포함시켰고 수사하는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공수처법에도 수사 가능 범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내란죄는 빠졌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 이 때문에 직권남용죄 수사는 불법이므로 내란죄가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더라도 수사할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 측 주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엄격해야 해석해야 하며 소추는 아니더라도 수사는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7년 3월 탄핵 결정 전 검찰에 뇌물죄 혐의 등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다. 법원도 일단 두차례에 걸쳐 수사권을 인정했으므로 공수처의 수사권은 1차적 정당성은 갖춘 셈이다.
◆쟁점3-서울서부지법 발부한 체포영장은 위법인가
윤 대통령 측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한 체포·수색영장은 위법이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관할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된 공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한 영장으로 구속돼 재판이 이뤄질 예정인데 윤 대통령 영장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된 것은 공수처의 '판사 쇼핑'이라고도 비판한다. 대통령 경호처도 이같은 위법성 논란 때문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 이의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의 구금 등에 불복 신청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417조는 구금된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것"이라며 "집행 전 이 조항을 근거로 이의신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기각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 측의 관할 관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법 31조에 따르면 공수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관할이지만 범죄지, 증거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고위 공직자 범죄 등 사건의 1심 관할 법원이 반드시 서울중앙지법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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