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판단에도 꿈쩍않는 경호처…체포영장 재집행 '일촉즉발'
입력: 2025.01.06 00:06 / 수정: 2025.01.06 00:06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지목한 검찰 공소장 이어
법원도 체포영장 문제없다 판단해 이의신청 기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정문을 경호처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 /이효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정문을 경호처 직원들이 지키고 있다. /이효균 기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로 규정한 데 이어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하루 앞두고 법원도 윤 대통령 측이 낸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사실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주목된다. 경찰도 박종준 경호처장을 내란죄 혐의로 입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경호처는 체포를 막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어 6일로 예상되는 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5일 윤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해달라고 낸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기각 결정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 자격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지만 체포영장이 불법무효라는 대통령 측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해 더 주목된다.

법원은 "수사 단계에서 판사의 영장에 의해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는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의신청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는 체포영장 집행 후 구금됐을 때 체포적부심을 신청해 위법성을 따질 수 있지만 체포·수색영장의 발부 자체를 놓고 다툴 수 없다는 취지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준항고 대상도 아니라고 못박았다.

[더팩트ㅣ과천=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집행된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청사로 오동운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더팩트ㅣ과천=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집행된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청사로 오동운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절차상 문제 뿐 아니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 서부지법에 영장 청구한 문제 등 체포영장이 불법무효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을 놓고는 "영장 혐의 사실에 내란죄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죄 혐의사실이 포함됐으며 이는 공수처법에 포함된 범죄"라며 "그것과 관련이 있는 내란죄를 혐의에 포함시켰다고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소법 110·111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한 영장 내용도 "법령의 해석이라는 사법권 범위 내 행위이지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군사상 비밀 등을 이유로 책임자가 압수수색을 승낙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형소법 적용을 배제한 영장에 반발해왔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위법하다는 주장도 공수처법을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사건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관할이지만 범죄지, 증거 소재지,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실과 관저 소재지 관할법원은 서부지법이다.

이로써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누적되고 있다. 군사법원이 공수처가 내란죄 혐의로 청구한 문상호 정보사령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세번째다. 법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군 지휘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도 인정한 바 있다. 검찰청법상 내란죄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에 포함되지 않지만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공수처의 경우와 비슷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의신청 기각에 불복해 대법원 재항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구 자격부터 논란이 있어 대법원이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공수처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놓고는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남아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는데 헌재가 청구 자체의 적법성을 어떻게 판단할는지부터 관건이다.

법원 판단에 앞서 검찰도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다시한번 분명히 했다. 4일 공개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141회나 등장하는 등 '내란 우두머리'로 윤 대통령을 지목했다.

국가수사본부 자료사진 / 20241209 / 장윤석 기자
국가수사본부 자료사진 / 20241209 / 장윤석 기자

공수처와 공조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차장을 각각 7일과 8일 출석하라고 재통보했으며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박 처장을 내란죄 혐의로도 입건했다. 박 처장은 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을 서울 삼청동 안가로 부르고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비화폰을 전달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처장이 실제 내란에 가담했는지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이같은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 이호영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직무대행)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공수처, 경찰 관계자 150여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준 경호처장도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대통령 안전에 신명을 바치겠다"고 영장 집행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해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해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이에 따라 6일로 예상되는 체포영장 집행 2차 시도 과정에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경호처 직원들은 1차 집행 중단 이후 관저 주변에 원형 철조망을 설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산길로 우회해 관저에 접근하는 공수처와 경찰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대형버스 4대를 동원해 관저 앞 1,2차 저지선을 강화하는 작업도 벌였다.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 반대 집회 시위를 주도하는 지지자들은 6일 체포 저지를 위해 10만명 결집을 공언하고 나섰다.

반면 경찰은 박 처장과 김 차장을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할 가능성도 있어 경호처 직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3일 영장 집행이 200명에 이르는 경호처와 일부 군병력에 인원수에서 밀려 무산됐다고 보고 압도적 인원의 경찰관을 투입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을 더한다.

공수처가 경호처가 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지휘를 요청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공무수행 과정에서 다치는 공무원이나 시민이 없도록 해달라는 입장만 냈다. 오히려 1차 집행 당시 경찰에 관저 경호 인력을 증원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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