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79명 중 174명 신원 확인…5명은 DNA 검사 지연
일부 장례 절차 돌입…다음 주 시신 전원 인도 이후 본격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잔해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무안=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무안=이윤경·정인지 기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작업이 해를 넘겼다. 속도를 내던 사고 수습 작업은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망자 전원의 신원 확인과 DNA 검사 결과는 오는 3일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유가족들은 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참사 현장 조사와 수사도 시작됐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 및 원인 규명까지는 장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 남은 사망자 5명 신원 확인 지연…공항 못 떠나는 유족들
1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사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사망자 179명 중 17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과 국과수가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은 총 606편으로 분리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태가 온전한 시신은 5구 밖에 없다고 한다. 그마저도 훼손이 심한 상태로 파악됐다. 경찰과 국과수는 우선 지문 감식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인 뒤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유족들과 DNA를 일일이 대조하는 등 추가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남은 5명의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사망자 179명 전원의 신원 확인을 지난해 말일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5명은 DNA 대조 검사에서도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DNA 대조 작업을 거쳐 17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며 "5명은 아직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다.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606편으로 흩어진 시신의 DNA 검사도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수사본부는 유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고려해 이르면 오는 3일까지 신원 확인은 물론, 모든 시신의 DNA 검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안까지 마치면 유족별로 희망하는 장례식장에 시신을 인도할 계획이다. 이에 장례 절차가 본격화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원 확인 후 검안까지 마친 일부 유족은 시신을 인도받고 먼저 장례 절차에 돌입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소방 당국이 구급대원들이 사고 수습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
수사본부장인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국과수로부터 이번 주 금요일까지 1차 DNA 감정을 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받았다"며 "바로 시신 인도는 어려울 수 있다. 국과수에서 DNA 감식이 된 시신을 수습하고 당국이 검시·검안한 후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필요성이 있는데, 빠르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인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유족들은 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청사에 마련된 재난 구호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사고 수습에 시간이 걸리면서 유족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연신 눈물을 흘리거나 남은 가족과 얘기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많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고, 겨우 잠을 청한 이들도 딱딱한 공항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쪽잠을 잤다.
청사 1층에는 유족들의 요구로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 앞에는 근조 화환이 빼곡하게 늘어섰고, 고인들을 추모하려는 조문객들 발길도 이어졌다. 일부 유족은 신원 확인이나 분향소 설치 등 절차가 늦어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의문 해소는 언제…사고 원인 규명도 기약 없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미국 합동조사단과 함께 사고 원인 및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합동조사팀은 연방항공청(FAA) 1명,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관계자 4명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
이들은 무안공항 관제탑과 사고 여객기 교신자료를 수집하고 관제사 면담을 진행했다. 사고 현장에서 수집한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 분석도 시작했다. 음성기록장치는 온전한 반면, 비행기록장치는 케이블이 분리된 채 발견됐으며 일부 파손됐다.
사고 당시 충돌로 파손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구조도 꼼꼼히 살폈다. 무안공항에는 콘크리트를 흙으로 덮은 약 2m 높이의 기초 구조물 위에 안테나를 세우는 방식으로 로컬라이저가 설치돼있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으로 미끄러지던 여객기가 로컬라이저에 올라타며 동체가 분리됐고, 결국 폭발에 따른 화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찰과 검찰은 신원 확인과 시신 인도가 끝나면 사고의 원인과 과실 여부, 책임 소재 등을 가리기 위한 수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전남경찰청은 26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검찰은 광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
다만 조사 및 수사가 완전히 완료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엔진 손상, 복행 후 반대편 활주로 재착륙,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 등 제어장치 미작동에 따른 동체착륙 등 풀어야 할 의문점도 남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조사 기간이 상업용 여객기는 짧아도 6개월, 큰 사고는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복합적으로 사고 요인이 있어 규명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당초 1일 오전 5시까지였던 무안공항 활주로 잠정 폐쇄를 오는 7일 오전 5시까지 연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