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릴 때마다 눈물바다…사흘째 공항 지키는 유족들
입력: 2024.12.31 11:24 / 수정: 2024.12.31 11:24

공항 내 200여개 구호 텐트 숙식
공간 협소해 의자 기대어 쪽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청사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청사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더팩트ㅣ무안=이윤경·정인지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뜬눈으로 밤을 새운 유가족들로 여전히 붐볐다. 공항에 마련된 200여개의 재난 구호 텐트에서 지내는 유족들은 딱딱한 공항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쪽잠을 잤다.

이날 오전 8시께 공항 청사 1층과 2층 의자 곳곳에는 담요가 걸쳐 있는 등 지난밤을 새운 유족들의 흔적이 보였다. 부은 얼굴의 한 유족은 의자에 기댄 채 쉰 목소리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통화를 했다.

일부는 바닥에 앉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자원봉사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음식을 받아 놓고는 차마 먹지 못하고 TV에서 나오는 뉴스만 하염없이 경청하는 이들도 보였다.

청사 한 편에는 이부자리 등이 가지런히 개어져 놓여 있었다. 유족들 개별 텐트 앞에도 슬리퍼와 휴지 등 생필품이 정돈돼 쌓여 있었다. 일각에서는 유족들의 추가 텐트 설치 요청도 나왔으나 장소가 협소해 어려움을 겪었다.

청사 1층에 마련될 예정인 합동 분향소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20여개의 근조 화환은 갈 곳을 잃은 채 분향소 공사 현장 바깥쪽에 갈 길을 잃고 서 있을 뿐이었다.

참사 사흘이 지났지만 곳곳에서는 유족들의 흐느낌이 계속 흘러나왔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연신 눈물을 흘리거나 남은 가족과 얘기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많았다.

오전 8시20분께 청사 2층 로비에 위치한 탑승자 가족 지원상담 창구에서는 유족들이 간밤에 신원 확인된 사망자 이름을 알려달라며 승강이도 벌였다.

국토교통부(국토부) 관계자는 유족 대표를 통해 명단을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휴대폰으로 연락이 안 올 수도 있지 않냐', '애타는 마음이다. 지금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이내 명단을 호명하자 유족들은 눈물을 터뜨리고 오열했다. 한 유가족은 호명된 자식의 이름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여성 둘은 서로를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울부짖었다. 한 여성은 '어떡해, 애들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기들'이라고 외치며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이에 또 다른 여성이 "안 돼. 우리가 힘내야지"라며 다독였지만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74명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유족들과 DNA 대조 등 추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5명의 DNA 대조 검사 결과는 당초 이날 나올 예정이었지만, 검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연됐다.

inji@tf.co.kr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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