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판결] 울다 웃은 이재명…수술대 오른 전통적 가족
입력: 2024.12.31 06:00 / 수정: 2024.12.31 06:00

동성 동반자 피부양자 인정,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기소 5년 만에 조국 유죄 확정, 양승태 1심 무죄


법원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자료사진<사진=문병희 기자/20181010((대법원)>
법원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자료사진<사진=문병희 기자/20181010((대법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2024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수많은 판결과 결정이 나왔다. 대선후보급 주요 야당 정치인들의 유·무죄 판단이 이어지며 정치적 희비를 갈랐다.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분할액을 남긴 대기업 회장의 이혼 소송도 화제였다. 동성 동반자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친족간 재산범죄에서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오는 등 전통적 가족의 개념들을 허무는 판결도 눈에 띄었다.

2024년 법원에서는 수많은 재판이 이뤄졌고 법원의 판단도 이어졌다. 대선후보급 주요 야당 정치인들의 유·무죄 판단이 이어지며 정치적 희비를 갈랐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2024년 법원에서는 수많은 재판이 이뤄졌고 법원의 판단도 이어졌다. 대선후보급 주요 야당 정치인들의 유·무죄 판단이 이어지며 정치적 희비를 갈랐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1승1패 이재명, 유·무죄 희비 엇갈려

2개 사건 판결 선고가 잡힌 11월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운명의 달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을 7년 상실하는 양형이다. 재판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의 이 대표 발언을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이 무죄 판결 때문에 12.3비상계엄 사태 당시 체포 대상 명단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입시비리' 조국, 기소 5년 만에 유죄 확정

2019년 우리 사회는 '조국'을 놓고 둘로 갈라졌다. 그 중심에 섰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2월 12일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해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기소된 지 5년 만이다. 형이 확정된 조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6일부터 수감생활을 시작했으며,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23일 SNS에 옥중 자필 서신을 공개하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론도 올해의 화제였다. /이새롬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론도 올해의 화제였다. /이새롬 기자

◆재산분할만 1조 3000억…최태원 vs 노소영 '세기의 이혼'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도 올해의 화제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65억 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1조 원대의 재산분할은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규모 액수였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해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를 대폭 인정했다. 최 회장의 상고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 4일 노 관장과의 이혼 판결을 확정해 달라는 취지의 확정증명 신청을 하는가 하면, 23일에는 이혼소송 소 취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은 계속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47개 혐의 모두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는 지난 1월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도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검찰이 공소제기한 47개 혐의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아 압승을 거뒀다. 2019년 2월 기소돼 약 5년간 290회 재판을 치른 결과다. '사법농단'은 양승태 대법원장 때 숙원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이 정부 요청에 따라 재판에 개입한 의혹이다. 이탄희 당시 판사의 폭로로 알려져 검찰 수사를 통해 전직 사법부 수장이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수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맡았다. 1심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아니다'라는 무죄 논리는 반발도 샀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2024.07.18./뉴시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2024.07.18./뉴시스

◆동성 부부 권리 확장한 동반자 피부양자 자격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7월 18일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국내에서 사회보장 제도 내 동성 부부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동성 부부의 권리를 확장해 줄 '디딤돌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수홍 사건으로 관심 끈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을 놓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벌어진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현행 조항이 넓은 범위의 친족관계에서 벌어지는 재산범죄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봤다. 헌재는 입법 개선 시한을 2025년 12월 31일로 정하고 법 개정 때까지 이 조항 적용을 중지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방송인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가 박 씨의 출연료 60억여 원을 착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면서 더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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