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불기소에 총장 패싱 논란까지 얽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헌재 탄핵 법정에
검찰은 올해 야권 수사와 공소유지로 숨가쁘게 달려오다 연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은 올해 역시 다사다난했다. 야권 수사와 공소유지로 숨가쁘게 달려오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기말 김 여사 수사로 여권과 마찰을 빚은 이원석 총장에 이어 '기획통' 심우정 총장이 윤석열 정부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서는 '줄탄핵'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 해 동안 검찰의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들로 몸살을 앓았다. 체코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이 9월 22일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통령실 |
◆'내란 수괴' '공천개입' 현직 대통령 향한 칼날
'허니문'은 여기까지였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기반으로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내란 수괴'로 규정했다. 10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투입된 특수본은 역대 검찰 수사기구 중 최대의 화력을 갖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요구로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하면서 다소 맥이 빠졌지만 아직 보완수사와 공소유지라는 화룡점정을 할 기회가 남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도 여전히 검찰의 수중에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사실상 '피고인 윤석열 공소장' 초안을 썼다. 윤 대통령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총과 도끼를 써서라도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계엄령 2번, 3번 선포할 수 있다'는 대목도 충격을 줬다. 지난 3월부터 계엄을 논의하기 시작해 11월부터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는 정황도 나타났다. 독주하는 야당에게 경고를 주려고 했을 뿐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허무는 사실들이다. '꼬리자르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공천개입 의혹 수사도 기류가 달라졌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은 핵심인물 명태균 씨의 휴대폰 등을 포렌식해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망은 윤 대통령 턱밑인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하고 있다.
◆ 김건희 여사 무혐의·출장조사 논란에 조직 내홍까지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명품백 의혹'을 놓고는 청탁금지법상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고 직무 관련성도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신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김 여사는 단순히 돈을 댄 전주였을 뿐 시세조종에 가담하지도 방조하지도 않았다고 보고 고발 4년6개월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뒤따랐다. 김 여사를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출장조사하면서 특혜 시비가 제기됐다. 수사팀 검사들이 휴대폰을 경호처에 제출하고 조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검찰 조직 내홍으로도 번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 대면조사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으면서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이 총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하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이 반기를 드는 구도가 됐다. 해묵은 김건희 여사 사건을 마무리 짓기는 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한 해였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서울고검이 들여다보는 항고 사건은 충실히 수사 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 지명자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특수통 총장 가고 기획통 총장 오고
'특수통' 이원석 총장이 가고 '기획통' 심우정 총장이 왔다. 윤석열 정부 첫번째, 두번째 총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등 야권 수사를 총지휘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임기말 김건희 여사 수사를 놓고 격동에 휘말렸다.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자 총장의 의지를 거슬러 대검 참모와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격 교체됐다. 대통령실·여당에서도 이 총장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임기를 채울 수 있겠느냐는 쑥덕거림까지 나왔다. 김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는 사전 보고를 받지도 못했다. 이른바 '총장 패싱'이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기획조정실장으로 보좌했던 이 총장의 임기말은 살아있는 권력과의 불화기였다. 후임 심우정 총장은 오랜만에 특수통 독주를 깨고 등장한 정책과 행정에 밝은 '기획통' 총장이다.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에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처럼 인사청문회도 비교적 무난히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길들이기 어려운 특수통보다는 '대화'가 되는 기획통이 낫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심 총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키고 'VIP'에게 본격적으로 총구를 겨눴다.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하면서 내부 반발 기미가 있었지만 큰 동요없이 내란 수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 성적표는 검찰의 미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중앙지검장도 못 피한 검사 '줄탄핵'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사 탄핵 바람이 거셌던 한해였다. 2023년 안동완, 이정섭, 손준성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가 시작이었다. 특히 안 검사는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검사 탄핵안 발의였다. 올해 들어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에 이어 김건희 여사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도 탄핵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때는 심우정 검찰총장까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미 안동완, 이정섭 검사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결정을 받았다. 손준성 검사는 탄핵과 같은 사유인 '고발사주' 사건으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심판이 중단됐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수사를 했던 검사들에게 보복성 탄핵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건 처분에 문제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해야한다고도 주장한다. 현재 검사 탄핵 심판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건의 시급성 때문에 진행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검사 출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탄핵 심판을 받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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